일러스트=챗GPT 달리3
2주택을 보유한 70대 오모씨는 시세 16억원의 서울 송파구 소재 아파트를 아들에게 증여할 계획이다. 대출(1억원)이 있는 데다 전세(7억원)를 주고 있어 어떻게 증여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부담부증여’가 절세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부담부증여를 하게 되면 세금을 얼마 아낄 수 있을까.

부담부증여(負擔附贈與)란 ‘부담’을 지는 ‘증여’라는 뜻으로, 재산을 증여할 때 채무까지 함께 넘기는 것을 말한다. 일반 증여에 비해 내야 할 세금(증여세, 양도소득세, 취득세)은 많지만, 세목이 쪼개지기 때문에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증여세는 금액이 커질수록 세율이 높아지는데, 부담부증여를 하게 되면 채무에는 증여세가 매겨지지 않는다. 오씨의 경우 대출금, 전세보증금 등 채무 8억원을 제외한 8억원에만 증여세가 적용된다. 오씨가 남은 빚을 모두 갚고 세입자를 내보낸 후 아파트를 일반 증여하는 것과 비교해 얼마나 절세할 수 있을지 알아보자.

◇ 양도세 내야 하지만, 증여세 3억 아낄 수 있어

오씨가 만약 채무 관계 해소 후 아파트를 증여할 경우 오씨의 아들은 증여세로 4억5000만원가량을 내야 한다. 오씨가 아들에게 10년 내로 증여한 돈이 없다면 5000만원까지 공제가 돼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은 15억5000만원이 되는데, 여기에 증여세율 40%를 곱한 후 누진공제액(세액 구간별로 공제하는 금액)을 제외하면 증여세는 4억4620만원이 된다.

반면 오씨가 부담부증여 방식으로 아파트를 줄 경우 오씨의 아들은 증여세로 1억6005만원만 내면 된다. 채무를 제외한 8억원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8억원의 채무에 대해선 증여자인 오씨가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오씨가 내야 하는 양도세는 4774만원으로, 오씨와 오씨의 아들이 내야 할 세금은 총 2억779만원이 된다. 일반증여 대비 2억원 넘게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취득세 절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채무 8억원에 대해선 증여가 아닌 일반 매매 시 적용하는 세율로 취득세를 매기기 때문이다. 오씨가 아파트를 일반 증여할 경우 오씨의 아들이 내야 할 취득세는 2억원가량이지만, 부담부증여를 활용하면 취득세를 8000만원가량 절감할 수 있다. 오씨의 경우 다주택자인 데다 증여하려는 아파트가 조정대상지역(서울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및 용산구) 내 시가 3억원 이상의 주택에 해당해 높은 취득세율(12%)이 적용됐지만, 1세대 1주택자가 주택을 증여할 경우 세율은 3.5%다.

그래픽=정서희

◇ 초고가 주택은 양도가 유리할 수도

다만 증여하려는 주택이 초고가이면 부담부증여보다 제3자에게 매각 후 분산 증여하는 방안이 유리할 수 있다. 보증금을 빼더라도 증여 가액이 30억원을 넘으면 50%의 높은 증여세율이 적용돼서다. 예컨대 증여하려는 아파트 시세가 50억원, 전세보증금이 19억원인 경우엔 부담부증여를 해도 증여세만 10억원이 나온다. 물론 일반 증여 시 내야할 세금(19억원)보다는 적지만, 이 경우엔 아파트를 판 후 자녀에게 분산 증여, 상속해 과세가액을 쪼개 낮추는 방안이 낫다. 이 아파트를 차익 5억원을 남기고 팔면 내야 할 양도세는 1억7300만원(2주택자 경우)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더 있다. 만약 오씨의 아들이 아파트를 증여받은 후 10년 이내에 팔면 양도세 이월과세가 적용된다. 이월과세는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으로부터 증여받은 토지나 건물 등을 제3자에게 매도하는 경우 양도가액에서 차감하는 취득가액을 증여받은 가액이 아니라 증여자의 취득 당시 실제 취득 금액으로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부담부증여를 받은 날로부터 10년 내 증여가 사망하는 경우 사전 증여한 재산이 상속재산에 포함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증여 계획을 짜야 한다.

부모가 넘긴 집과 함께 채무는 자녀 스스로 갚아야 한다. 대출금을 갚을 여력이 안 되는 자녀에게 섣불리 증여해 줬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나중에 몰래 보증금을 갚아줘야지’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국세청의 검증 과정에서 적발될 경우 추가로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