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한 고등학교에서 수업 중에 월드컵 경기를 학생들과 함께 본 교사를 '색출'하고 나선 것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단체 응원을 문제 삼는 것이 과도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교사가 수업에 충실해야 한다는 반박도 나왔다.

일러스트=챗GPT

◇학생 성명문까지… "색출 즉각 중단해야"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경북의 A고등학교 일부 교사들은 지난 12일 수업 시간 중 학생들과 함께 월드컵 경기 중계 방송을 봤다. 한국 국가대표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였다.

한국 대표팀은 체코를 상대로 손에 땀을 쥐는 공방을 이어갔고, 전반전 동안 학생들도 탄식과 환호를 질렀다. 수업이 끝나고 점심 시간까지 이어진 경기 끝에 한국이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학생들 사이에서 그날 최대 화두는 월드컵일 수밖에 없었다.

즐거운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학교가 수업 대신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게 한 교사들의 명단을 작성했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번졌기 때문이다.

한 학생은 이튿날 성명문까지 썼다. 그는 성명문에 "(수업 중 월드컵 경기를 틀어준) 선생님들을 거세게 비판하고 '색출'하려 했던 강압적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라고 주장했다. 이어 "학업에 지친 우리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하고자 월드컵 경기를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학교 측 "기말고사 앞둔 시기적 특수성 고려"

학교 측은 기말고사를 약 2주일 앞둔 시점이었다는 특수성을 고려해 학습권 침해 가능성을 먼저 살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모든 학급이 월드컵 경기를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결과적으로 소음 문제 등이 발생했다는 취지다.

A고등학교 관계자는 "당시 내신 진도를 다 마치지 못한 학급도 있었다"며 "한 학급에서 단체 응원을 하면 인접 교실까지 소음이 전달돼 수업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험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충분히 허용할 수 있었다"고 했다.

다만 학생들은 다른 학급의 수업 분위기를 고려해 자제할 것을 당부하면 될 일을 왜 교사 명단까지 작성하느냐고 문제 제기를 이어가고 있다. A고등학교는 앞으로 월드컵 경기 시청을 어떻게 할지 의견 수렴 절차에 나서기로 했다.

축구국가대표팀 공식 서포터즈 붉은악마를 비롯한 시민들이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2026 북중미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기를 화면으로 지켜보며 응원을 펼치고 있다. /뉴스1

◇수업 시간 월드컵 경기 시청 '학교 재량'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등을 중심으로 A고등학교의 월드컵 경기 시청 문제 소식이 확산하면서 여러 의견이 나왔다. "어차피 공부에 집중하기 쉽지 않은 때에 함께 경기를 보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직장에서도 경기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학교에서 좀 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등 수업 시간 경기 시청에 우호적 의견이 많았다.

다만 "어디까지나 수업 시간인데 월드컵 경기를 보는 것이 부적절하다"거나 "선생님이 보고 싶어서 학생들이랑 같이 본 것 아닌가" 등과 같은 반론도 있었다.

수업 시간에 월드컵 경기를 보는 것은 학교장 재량과 교사의 판단에 따른다.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에서 별도의 지침을 내리지 않는다고 한다. 아예 등교 때부터 단체 응원을 위해 붉은색 옷을 입는 학교가 있는 반면, 수업 시간 경기 시청을 금지하는 학교도 있는 배경이다.

미리 일정이 공개되는 대형 스포츠 행사 특성을 고려할 때 사전에 학교 내 의견을 수렴할 필요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 중에 경기 시청 대신 수업을 듣길 원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 만큼 미리 사전에 협의할 필요가 있다"며 "교사 명단을 작성하는 등 사후조치에 나서는 것보다 교육적 목적에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