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밤 서울 중구 서울로 7017의 화단 주변에서 바퀴벌레들이 움직이고 있다. /강정아 기자

지난 14일 오후 9시쯤 서울 중구 '서울로 7017'.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원으로 바꾼 이곳에는 시민과 외국인 50여명이 산책하고 있었다.

평화롭던 분위기는 비명 소리와 함께 깨졌다. 한 시민이 화단 옆 벤치에 앉았다가 "악" 소리를 내며 벌떡 일어났다. 화단 시멘트 틈과 벤치 주변에서 바퀴벌레 여러 마리가 기어 나온 탓이다. 옆에 있던 아이도 놀라 부모 품에 안겼다.

서울로 7017 관리 직원은 "트리팟(나무가 심어진 대형 화분) 안에 있던 바퀴벌레들이 밤이 되면 많이 나온다"며 "박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밤이나 비 오면 바퀴벌레 쏟아져 나와

서울로 7017이 바퀴벌레 출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의 대표 야경 명소로 홍보돼 왔지만, 시민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까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한 외국인 관광객이 찍어 올린'서울로 7017' 영상. 바퀴벌레 수십 마리가 돌아다니는 장면이 담겼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논란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영상이 확산하면서 불거졌다. 한 외국인이 '밤에 서울을 산책하면 볼 수 있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공개한 영상에는 서울로 7017 화단과 벤치 일대에 바퀴벌레 수십 마리가 돌아다니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온라인에서는 "화단 흙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 "서울의 대표 관광지인데 해충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현장에서도 바퀴벌레는 주로 밤이나 비가 온 뒤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낮에는 서울로 7017 내 화단이나 시멘트 틈 등에 숨어 있다가 어두워지면 벤치와 보행로 주변으로 기어 나온다는 것이다.

인근 직장인 김모(50)씨는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의 주요 명소로 서울로 7017을 찾을 텐데, 바퀴벌레가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서울 이미지가 좋게 보일 리 없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 시절 '공중 보행공원'으로 새 단장

서울로 7017은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 약 600억원을 들여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중 보행공원으로 새 단장한 공간이다. 서울역 고가도로가 지어진 1970년과 보행로로 문을 연 2017년에서 숫자를 따와 '서울로 7017'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서울역부터 숭례문 일대까지 이어지는 도심 보행로로, 서울시는 서울로 7017을 "공중 보행로의 기능과 녹지가 결합돼 살아있는 식물도감이 되며, 1㎞의 도심 전망대 역할까지 수행하는 공간"이라고 소개해 왔다. 연간 방문객은 600만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개장 이후 화분과 조경 시설, 보행 환경 등 전반적인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서울시는 매년 16억원가량을 유지·관리비로 투입해 왔지만, 이번에는 바퀴벌레 출몰 논란까지 불거졌다.

서울로 7017을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도 반복해서 나오고 있다. 다만 서울시는 현재 철거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대신 서울로 7017을 주변 역사문화광장 등 거점 시설과 연계한 오픈스페이스, 즉 열린 쉼터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지난 14일 밤 서울로 7017 보행로 옆 화단 곳곳에서 바퀴벌레가 발견됐다. /강정아 기자

◇서울시, 전문업체 정밀진단 뒤 방역 추진

서울시는 그동안 서울로 7017에 조성된 나무 등을 대상으로 진드기 방제 작업을 해왔다. 그러나 바퀴벌레가 대거 출몰하면서 추가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서울시는 오는 16일 전문 방역 업체를 불러 서울로 7017 전반에 대한 정밀 진단을 받을 예정이다. 바퀴벌레가 어디에서 서식하고, 어떤 경로로 벤치와 보행로 주변에 나타나는지 원인을 파악한 뒤 중구 보건소와 함께 방역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로 7017 콘크리트 공간에 바퀴벌레가 나타나는 원인을 파악한 뒤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