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체코와의 조별리그 1차전을 하루 앞둔 10일(현지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예년보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12일 오전 11시 체코와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르지만, 월드컵 열기는 과거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중미 월드컵 공식 개막전은 한국 시간 기준 6월 12일 오전 4시, 멕시코시티에서 열리는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A조 경기로 시작한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개막 당일인 12일 오전 11시,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체코와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거리응원 축소... 오전 경기, 직장인·학생 참여 어려워

월드컵 열기 약화는 거리응원전 축소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한국에서 월드컵은 4년마다 전국적인 응원 분위기를 만들어낸 대형 스포츠 이벤트였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울산 등 주요 도시에서는 대형 스크린을 설치한 야외응원전이 열렸고, 거리와 광장은 붉은 옷을 입은 시민들로 가득 찼다.

하지만 올해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서울을 제외하면 대규모 야외응원전을 준비하는 지방자치단체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축구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가 있는 천안시와 대구, 군산, 포항 등 일부 지역에서 소규모 응원전을 준비하는 정도다. 스타필드와 메가박스 등 유통·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이벤트성 단체 응원을 마련하는 사례가 오히려 눈에 띈다.

지난 2022년 11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붉은악마와 시민들이 2022 카타르 월드컵 거리응원을 하고 있다. /뉴스1

가장 큰 요인으로는 경기 시간대가 꼽힌다. 북중미와 한국의 시차 탓에 대표팀 경기는 대부분 오전 시간대에 열린다. 첫 경기인 체코전도 12일 오전 11시에 시작한다. 직장인과 학생들이 단체 응원에 나서기 어려운 시간대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평일 오전 대규모 인파가 모일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무대와 스크린, 안전관리 인력을 투입하기는 부담스럽다.

대표팀을 향한 기대감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도 응원 열기 약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본선에 진출했지만, 월드컵을 앞두고 국민적 관심을 끌 만한 분위기는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여기에 최근 6·3 지방선거를 둘러싼 정치·사회적 논란과 집회가 이어지면서 월드컵 이슈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당시와도 대조적이다. 당시에는 초겨울 한파 속에서도 전국 곳곳에서 거리응원과 야외응원 행사가 열렸다.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자 국무총리가 각 지자체에 안전관리를 당부하는 특별 지시를 내릴 정도였다. 반면 올해는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도 주요 지자체의 거리응원 준비 움직임이 제한적이다.

◇축구 열기 높은 지역도 조용... 서울서만 응원전

축구 인기가 비교적 높은 지역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역 연고 프로야구팀이 없어 상대적으로 축구 팬층이 두터운 강원과 충북 지역에서도 지자체가 주도하는 야외응원전은 준비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축구 도시'로 꼽히는 울산, 수원, 전주도 대규모 응원전 계획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울산은 과거 월드컵 때마다 문수호반광장 등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시민들이 함께 응원전을 펼쳤던 대표적인 지역이다. 그러나 올해는 지자체와 지역 체육계 모두 별도 행사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시간이 오전에 몰려 있는 데다 안전관리 부담과 비용 문제까지 겹치면서 대규모 행사를 추진하기 쉽지 않다는 게 지역 체육계 안팎의 설명이다.

그나마 서울에서는 공식 거리응원전이 열린다. 대한축구협회 공식 파트너인 KT(030200)와 국가대표팀 공식 서포터스 '붉은악마'는 광화문광장에서 거리응원전을 진행한다. 광장 일대에는 주 무대와 릴레이 스크린이 설치되고, KT 광화문빌딩의 대형 미디어월 2기를 통해 경기가 송출될 예정이다.

서울시가 뚝섬한강공원에서 여는 '한강플플 북중미 월드컵 팝업'에서도 현장 응원 이벤트가 마련된다. 다만 서울의 거리응원 역시 예년만큼의 열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표팀 경기가 오전 시간대에 열리는 데다 지방 응원전이 사실상 위축되면서, 월드컵을 계기로 전국 곳곳이 들썩였던 과거와는 다른 풍경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