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역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압수수색 중인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6·3 지방선거) 당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투표소별 투표용지 분배에 실패했다"며 사과했다. 중앙선관위는 서울 송파구 전체로는 투표용지가 4만2000여장 남았지만, 일부 투표소에 용지가 제대로 배분되지 않아 투표가 중단되고 일부 유권자가 투표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했다.

위철환 중앙선관위원장 직무대행은 11일 '국민 여러분께 올리는 말씀'이라는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 참정권이 침해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하여 참담한 마음으로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위 직무대행은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에 대한 대법원의 지명 해제 통보에 따라 지난 8일부터 중앙선관위원장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위 직무대행은 송파구 사례와 관련해 "본투표용지 인쇄 비율 50%는 사전투표율 23.3%를 제외한 개념으로, 전체 투표 인쇄 비율은 73.3%"라고 설명했다.

송파구 총 유권자 수는 56만5368명, 전체 투표율은 65.8%였기 때문에 송파구 전체 기준으로는 투표용지가 4만2000여장 남았다는 것이다. 위 직무대행은 이에 대해 "송파구 내 146개 투표소별 투표용지 분배에 실패한 것이 뼈아픈 실수였다"고 했다.

중앙선관위가 함께 공개한 '선거일 투표용지 부족 관련 실태 및 대책 보고'에 따르면 송파구 잔여 투표용지는 구체적으로 4만2747매였다. 송파구의 투표용지 인쇄 매수는 28만2800매로 선거인 수 대비 50.02%였고, 잠실3동과 잠실4동은 60%를 인쇄했다.

위철환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직무대행이 11일 검경 합동수사본부 등의 6·3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사태 관련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가운데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들어가고 있다./연합뉴스

문제가 된 본투표용지 인쇄 비율 하한은 기존 60%에서 이번 선거를 앞두고 50%로 낮아졌다. 위 직무대행은 "지난 선거 후 잔여 투표용지가 증가해 수백만 장의 투표용지에 대한 검수 및 보관상의 어려움이 있었고, 분실·도난 및 탈취의 우려 또한 있었다"고 했다. 이어 "특히 선거일 투표율 대비 과도한 양의 투표용지 인쇄 시 부정선거 의혹 제기에 시달렸고, 사전 투표율이 증가하고 본투표율이 감소한 지역에서의 하한선 인하 필요성, 짧은 인쇄 기간으로 투표용지 인쇄소 확보 어려움 등을 현장에서 호소해 왔다"고 했다.

중앙선관위는 2022년 한국행정연구원에 정책연구용역을 의뢰했고, 현장 직원들로 구성된 절차사무개선 태스크포스(TF) 연구 결과를 반영해 본투표용지 인쇄 비율 최하한을 50%로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종합관리지침은 2025년 12월 10일 사무총장 전결로, 공직선거 절차사무편람은 같은 달 24일 선거정책실장 전결로 개정됐다.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한 11일 서울 송파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투표용지 부족은 송파구에 그치지 않았다. 중앙선관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일 현재 투표용지 부족 사례는 전국 12개 시·도, 49개 구·시·군, 140개 투표소에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추가 송부한 투표용지를 실제 사용한 투표소는 91곳이었다. 투표가 잠시라도 중단됐다가 재개돼 유권자 대기가 발생한 투표소는 26곳으로 집계됐다.

실제 추가 송부한 투표용지를 사용한 투표소는 서울이 42곳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에서는 송파구 20곳, 성북구 7곳, 강남구 5곳, 광진구 4곳, 서초구 2곳 등이 포함됐다. 경기 23곳, 인천 11곳, 대구 4곳, 부산 3곳 등에서도 투표용지 부족으로 추가 송부한 투표용지가 사용됐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투표용지 인쇄 비율 산정 부적정 ▲선거 당일 상황 판단 부족 ▲구체적인 업무 처리 기준 부재 ▲위기 대응 체계 미흡 등을 들었다. 과거 선거의 투표소별 투표율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고, 선거 당일 투표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투표소별 잔여 투표용지 수량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앙선관위 보고서에 따르면 송파구는 서울 평균보다 투표율이 높았지만 인쇄 비율은 낮았다. 제9회 지방선거 송파구 투표율은 65.8%로 서울 평균 63.6%보다 2.2%포인트 높았고, 서울 25개 자치구 중 네 번째로 높았다. 그러나 송파구 인쇄 비율은 50%로, 서초구 60~90%, 성동구 60~70%, 양천구 60%보다 낮았다.

중앙선관위는 후속 대책으로 투표용지 인쇄 적정 비율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하한 50% 폐지도 포함된다. 투표구별 투표율 등을 고려한 정밀한 투표용지 인쇄 매수 결정 방식, 투표용지 추가 배부 기준과 보고 체계, 투·개표 당일 위기 대응반 가동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진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한 시위자가 손팻말과 태극기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위 직무대행은 자세한 경위는 외부인으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 조사와 수사기관 수사, 국회 국정조사 등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 사람의 투표권이라도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엄중하게 인식하면서 앞으로 후속 대응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도 수사에 나섰다. 합수본은 이날 오전부터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 송파·서초·강남·광진·동작구선관위 등 7곳을 압수수색했다. 합수본은 투표용지 인쇄 계획서, 회의록, 예산 자료 등을 확보해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경위와 선관위 관계자들의 고의 또는 과실 여부를 들여다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