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지방선거일인 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사무원들이 표를 분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6·3 지방선거) 중 인천시와 광주광역시 등 일부 지역에서 여야 후보의 사전투표 득표수가 동일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 투표 조작 증거라고 주장하자,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명예교수가 수학적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반박했다. 허 명예교수는 필즈상 수상자인 허준이 교수의 부친이다.

허 명예교수는 지난 9일과 1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이른바 '쌍둥이 득표'와 관련한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먼저 6·3 지방선거 중 인천시장 선거 사전투표 결과, 송도1동과 송도2동에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득표수(3030표)와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 득표수(1440표)가 똑같이 나왔다.

허 명예교수는 동전 던지기로 비유했다. 두 사람이 각각 동전을 4470번(3030표+1440표) 던졌을 때 앞면의 횟수가 완전히 같은 확률을 따져봤다. 앞면이 나올 확률은 박찬대 인천시장 당선인의 득표 비율인 67.79%로 상정했다.

허 명예교수는 "10억번의 컴퓨터 모의시행 결과 두 사람의 앞면 횟수가 일치할 확률은 0.00903, 대략 1%"라며 "단일 사건으로 보면 1%는 조금 작아 보이지만, 인천시 전체를 놓고 보면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경우의 수가 늘기 때문이다. 허 명예교수는 인천시 행정동 137개를 기준으로 2개동씩 짝을 지을 수 있는 경우의 수를 9316가지로 셈했다.

9316가지 조합 가운데 선거인 수 규모가 비슷하고,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2개동이 있을 확률을 1%로 가정해도 유사한 짝이 93개(9316가지 X 1%)다. 각 짝에서 결과가 일치할 확률도 1%인 만큼 쌍둥이 득표 수가 나올 기댓값이 0.84개(93개X0.00903)다. 일치 사례가 하나쯤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는 취지다.

허 교수는 "두 후보의 득표 수가 완벽히 일치하는 2개 동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투표 조작을 의심하느냐"며 "그 의심은 통계적 관점에서 합리적이 아니다"라고 했다.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페이스북 캡처

광주·전남특별시장 사전투표에선 민형배 민주당 후보의 득표수(1401표)와 이정현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수(120표)가 같은 곳이 5곳 나왔는데, 마찬가지로 통계 확률상 가능하다는 게 허 명예교수의 설명이다.

마찬가지로 동전 던지기로 비교하면 광주·전남특별시장 두 후보의 동전 시행 횟수는 1521번(1401표+120표)으로 인천 사례(4470번)보다 적다. 시행 횟수가 적을수록 일치할 확률은 올라간다.

반대로 득표율을 기준으로 한 앞면이 나올 확률도 광주·전남특별시장 사례는 92.11%로 인천 사례(67.79%)보다 높다. 100%에 가까울수록 일치할 확률이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또 광주·전남특별시 선거구 내 읍·면·동 수는 393곳이다. 2개동씩 짝짓는 경우의 수가 7만7028가지로 인천 사례(9316가지)보다 많다. 쉽게 말해 '쌍둥이 득표'가 더 많이 나오게 돼 있다는 의미다.

허 명예교수는 "쌍둥이가 다섯이나 나왔다고 해서 크게 놀랐느냐"며 "수학적으로는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는 현상이다"라고 했다.

선거관리위원회도 쌍둥이 득표를 "우연의 결과"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개표 전 과정에 정당과 후보자가 추천한 참관인이 참여하고 있으며, 서로 다른 장소와 인력이 집계한 결과가 우연히 일치한 것이라고 했다.

선관위는 "확률적으로 드물다는 이유만으로 공정하게 집계된 투표 결과에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거나 확산하는 일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