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걸려 온 전화나 '070' 등 인터넷 전화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처럼 보이게 하는 불법 중계기를 관리하며 이른바 '노쇼'(No-show·대량 허위 주문) 사기 범행을 도운 일당이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이 관리한 중계기를 거쳐 발생한 사기 피해액은 1억4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쇼 사기는 공공기관·군부대·대기업 관계자 등을 사칭해 식당·숙박업소 등에 대량 주문이나 예약을 넣은 뒤 돈을 가로채는 범행이다. 사기범들은 예약을 믿게 한 뒤 특정 업체에서 고가의 물품이나 식자재를 대신 사 달라고 요구하고, 피해자가 돈을 보내면 연락을 끊는 방식으로 범행한다.
전북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9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중계기 관리책 A씨 등 4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전북 지역 원룸 4곳에 휴대전화와 유심(USIM·가입자식별장치) 등 통신 장비를 설치하고, 노쇼 사기 조직이 쓰는 발신 번호 변작 중계기를 관리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현장에서 범행에 사용된 휴대전화 303대, 라우터(네트워크 연결 장치) 8대, 유심 1969개를 압수했다.
발신 번호 변작 중계기는 '070' 등 인터넷 전화번호나 해외에서 걸려 온 전화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인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처럼 보이게 하는 장비다. 수신자 휴대전화에는 국내 번호가 표시돼 해외 사기 전화인지 알아차리기 어렵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등이 관리한 중계기를 통해 전국에서 노쇼 사기 5건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액은 약 1억4000만원이다.
A씨 등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범죄 조직의 제안을 받고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죄 조직은 집에서 휴대전화를 관리하고 유심을 교체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식으로 관리책을 모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원룸 밀집 지역에서 불법 중계기가 운영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원룸 4곳을 압수수색해 관리책들을 검거하고 통신 장비를 확보했다.
경찰은 A씨 등에게 범행을 지시한 조직과 휴대전화·유심 등 통신 장비 공급책을 추적하고 있다. 실제 노쇼 사기를 실행한 조직과 명의 제공자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