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 52만회 넘게 조회된 '탐지기 무용론' 게시글은 이런 문제를 제기했다. 작성자는 "불법 촬영기기가 어디에 숨겨져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넓은 범위를 탐지해야 하는데, 장비 성능상 사실상 어렵다"고 주장했다. 실제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시 자치구가 주민센터 등을 통해 불법 촬영기기 탐지기를 무료로 대여해주고 있지만, 구형 장비인 탓에 성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잘 알려지지 않아 이용도 저조했다.
◇카메라 비춰도 각도 따라 사라지는 '불빛'
서울 시내 한 주민센터에서 불법 촬영기기 탐지기를 직접 빌려봤다. 불을 끈 뒤 휴대전화 카메라 렌즈를 비추자 탐지기 화면에 흰빛이 반짝였다.
하지만 탐지기 각도를 조금만 틀어도 불빛은 금세 사라졌다. 또 다른 기종의 휴대전화나 노트북 카메라 렌즈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자기기가 여러 대 놓인 환경에서는 불빛이 희미해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렵거나 아예 보이지 않기도 했다.
보안업계에서는 주민센터 대여 장비가 오래된 기종이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한 보안업체 관계자는 "불법 촬영기기가 갈수록 초소형화되는 상황에서 기존 탐지기만으로는 식별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보안업체 대표도 "탐지기 특성과 사용법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시민이 직접 점검할 경우 실제 효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며 "최근 불법 촬영기기 성능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구형 장비의 한계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용 저조… 자치구 절반은 연간 한 자릿수 대여
서울시는 특별교부세를 받아 2019년 1월부터 불법 촬영기기 탐지기 987대를 25개 자치구에 배부해 무료 대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대여 기종은 렌즈 탐지기와 전파 탐지기 등 2종이다.
하지만 이후 서울시 차원의 신형 탐지기 교체 사업은 없었다. 현재는 서초·용산·강남·은평 등 일부 자치구만 자체 예산으로 열화상 탐지기나 영상 감지 탐지기 등을 추가로 도입해 대여하고 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탐지기 성능이 아쉬워, 새 기기를 들였다"고 설명했다.
대여 건수도 많지 않았다. 대여 현황을 공개한 자치구 14곳 가운데 지난해 기준 연간 대여가 10건 이상인 곳은 5곳뿐이었다. 관악구가 273건으로 가장 많았는데, 매월 정기 점검을 실시하는 구민들이 기기를 대여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강남구가 43건, 광진구와 용산구가 각각 15건, 영등포구가 11건으로 뒤를 이었다. 나머지 자치구는 대부분 한 자릿수에 그쳤다. 일부 자치구는 관련 통계조차 집계하지 않고 있다.
◇정부, 24시간 고정형 탐지기 도입 추진
정부는 기존 이동형 탐지기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24시간 상시 감시가 가능한 고정형 불법 촬영기기 탐지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치구를 대상으로 1차 수요조사도 진행했다. 비용은 행정안전부가 절반을 부담하고, 서울시와 자치구가 각각 25%씩 분담하는 방식이다.
다만 시민이 직접 빌려 사용하는 이동형 탐지기에 대한 추가 지원 계획은 따로 없는 상태다. 서울시는 별도 수요조사를 통해 자체 조달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탐지기 성능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장비 가격이 비싸 자치구가 자체적으로 교체하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