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4월 16일 오후 3시 46분 조선비즈 CSR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애매한 지방대 4년제 학위 숨기고 고졸 학위만 제출해도 안 들키면 그만 아닌가요?"
SK하이닉스(000660) 생산직 공채 접수가 시작된 지난 13일 온라인 취업 커뮤니티에 이 같은 글이 올라왔다. 다른 예비 지원자도 "학점은행제 학사와 전문대 학위 둘 다 보유 중인데, 전문대 학위로만 생산직 지원 가능하냐"고 했다. 지원 자격을 맞추기 위해 학력을 낮추는 '역(逆) 학력' 고민까지 등장했다.
SK하이닉스가 '4월 탤런트 하이웨이 메인트 및 오퍼레이터' 생산직 모집 공고를 내면서 이런 현상이 확산했다. 지원 자격을 고등학교 또는 전문대학 졸업자로 제한하자, 일부 지원자들 사이에서 학력 선택을 둘러싼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SK하이닉스 실적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수억원대 성과급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입사 열기도 달아올랐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하닉고시'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중고신입도 줄 선다"… 직장인까지 몰린 SK하이닉스 채용
17일 SK하이닉스 채용 홈페이지에 따르면 생산직 공개 채용 지원서는 오는 22일까지 접수한다. 고등학교·전문대 졸업 예정자뿐 아니라 저연차 재직자들도 '중고신입' 형태로 이직에 도전하는 분위기다.
조선사에서 일하는 A씨는 "퇴근하고 지원 요건에 맞는지 (SK하이닉스 채용 홈페이지를) 한참 들여다봤다"고 했다. 완성차 기업에서 일하는 B씨도 "돈을 더 벌고 싶어 SK하이닉스로 이직 준비 중"이라고 했다.
한 취업 컨설턴트는 "SK하이닉스 생산직 모집에 이렇게 자기소개서 첨삭 요청이 많이 들어온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부터 대졸 신입 공개 채용 절차도 진행 중이다. 이달 11일부터 12일까지 SK하이닉스 입사를 위한 직무 적성 검사인 SKCT 시험을 치렀다.
SK하이닉스 입사를 겨냥한 교육 시장도 활황이다. 교육업체 해커스는 'SK하이닉스 단기 합격반'을 운영하고 있다. 15만9000원에 90일간 자기소개서 작성법부터 SKCT 시험 대비, 면접 전략 등까지 배울 수 있다고 한다.
해커스 관계자는 "SK하이닉스 단기 집중형 취업 대비 강좌 문의와 수강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했다.
교육업체 취업동스쿨도 SK하이닉스 생산직 지원자를 겨냥한 단기 인터넷 강의를 개설했다. 수강 기간은 총 10일이고 가격은 9만원 수준이다.
에듀윌이 출간한 SKCT 대비 기본서는 최근 주요 온라인 서점 e북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특정 기업 채용을 겨냥한 강의와 교재가 잇따라 등장하는 모습이다.
◇"의대 아니면 반도체"… 성과급이 바꾼 진로 선택 공식
이 같은 열풍은 대학 입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취업 연계 계약을 맺은 반도체 관련 학과 지원자가 크게 늘었다. SK하이닉스는 2023년부터 고려대·서강대·한양대 반도체 관련 학과와 취업 연계 계약을 맺었다.
한양대 반도체공학과 지원자는 2024학년도 423명에서 2026학년도 1289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강대 시스템반도체학과와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지원자도 각각 11%, 34% 증가했다.
입사 열풍의 배경으로는 업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성과급 제도가 지목된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을 운영하고 있다. 증권사의 올해 SK하이닉스 영업이익 예상치 평균은 198조원이다. 이를 전체 임직원 약 3만5000명으로 나누면 1인당 평균 5억6000만원 수준의 성과급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예전엔 '그래도 서울대'라는 말이 있었는데 지금은 '의대 아니면 반도체 계약학과'라고 한다"며 "의대와 견줄 만한 성과급 변수가 부상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반도체가 아닌 분야를 전공하고 있는 이공계 대학원생들도 동요하고 있다.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AI) 분야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C씨는 "예전엔 SK하이닉스를 공부 못하면 가는 곳, 삼성전자를 연구 장학생 떨어지면서 가는 곳이라고 했는데 천지개벽했다"고 말했다.
AI 전공 석사 과정 중인 대학원생 D씨도 "성과급이 이렇게 큰 규모일 것이라는 점을 알았다면, 대학원 진학 대신 취업에 도전했을 것"이라며 "과거의 내가 미울 지경이다"라고 했다.
◇"수억 성과급 기대는 과장"… 내부선 신중론도
정작 SK하이닉스 일부 직원들은 성과급 규모가 과장됐다고 평가했다. 화제가 된 수십억원 성과급 가능성은 글로벌 투자은행(IB) 맥쿼리증권이 SK하이닉스의 2027년 영업이익 예상치를 447조원으로 제시하면서 떠올랐는데, 너무 장밋빛 전망이라는 취지다.
한 SK하이닉스 직원은 "사이클을 타는 반도체 산업 특성 상 부침을 겪는 시기가 올 수 있는데, 밖에서 수억원대 성과급이 확정된 것처럼 말해 부담스럽다"고 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에 입사한 직원도 "처음엔 주변에 계산이 과장됐다고 해명하기도 했지만, 이제 포기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실적 전망과 별개로 입사 열풍을 달라진 취업 시장 분위기로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하닉고시는 이제 기업의 이름값이나 인지도가 아니라, 보상 체계가 중요해졌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기업들이 고민해 봐야 할 지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