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진압이나 구조·구급 활동에 나섰다가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이 지난해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이후 23년 만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 보호와 소방대원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한 가운데 나온 결과여서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위험직무 순직자(자살 제외)는 0명을 기록했다. 위험직무 순직자는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임무를 수행하다가 재해를 입어 사망한 경우를 말한다. 직업병 등으로 숨진 일반직무 순직자와는 구분된다.
위험직무 순직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 것은 2002년 이후 처음이다. 2001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다세대주택 방화 사건으로 소방관 6명이 순직한 참사가 있었고, 이듬해인 2002년에는 위험직무 순직자가 없었다.
최근 20년(2005~2024년) 평균 한 해 4.2명의 소방공무원이 활동 중 순직했다. 2024년 경북의 한 공장 화재 현장에서 불길이 갑자기 치솟아 구조대원 2명이 순직했고, 2023년에는 제주의 한 창고 화재 현장에서 건물이 붕괴해 진압에 나선 소방관 1명이 숨졌다. 2019년에는 독도에서 손가락 절단 환자를 이송하던 헬기가 추락해 구조대원 5명이 순직했다.
소방청이 '국민 보호와 소방관 안전'을 핵심 목표로 내걸고 현장 매뉴얼을 정비하는 등 안전 대책을 강화한 것이 위험 직무 순직자 '0명'을 달성하는 데 보탬이 됐다.
소방청은 올해부터 가상현실(VR) 기술을 접목한 '재난 시뮬레이션 훈련'을 도입해 대형 재난 경험이 부족한 현장 대원들을 중심으로 대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공동주택, 다중이용시설, 공장 등 화재 빈도가 높은 6개 유형을 중심으로 현장 감각을 익히게 할 계획이다.
위험도가 높은 현장에 투입할 무인화 장비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충북 음성군의 한 위생용품 제조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는 무인 소방 로봇이 투입되기도 했다.
소방관 안전을 위한 첨단 장비 개발도 진행 중이다. 연기 속에서도 시야를 확보해주는 '비전 디바이스(시야 개선 장치)', 고강도 활동 시 신체 부담을 줄여주는 '근력 증강 슈트(웨어러블 로봇)', 가볍고 내구성이 높은 '탄소섬유 헬멧' 등이 대표적이다.
소방공무원의 치료와 재활·회복을 전담할 국립소방병원도 오는 6월 충북 음성군에 정식 개원할 예정이다. 연면적 3만9000㎡ 규모로 지하 2층~지상 4층, 302병상을 갖추고 19개 진료과를 운영한다.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올해 신년사에서 "소방대원의 마음 건강 관리를 위해 전문 상담 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본격 개원하는 국립소방병원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건강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