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2호선 사당역. 평소에도 출근길 인파가 몰리는 곳이지만, 이날 승강장은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2~5분 간격으로 열차가 들어왔으나, 열차를 타는 승객보다 승강장으로 유입되는 승객이 더 많았다. 이 탓에 승강장을 넘어 환승 통로까지 대기 줄이 늘어섰다.
직장인 권모(31)씨는 "버스 파업의 영향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며 "오늘 출근길에 말 그대로 '지옥철'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버스 노동조합이 13일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하면서 시민들의 출근길 발이 묶였다. 버스를 기다리다 지하철로 발길을 돌린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열차를 타지 못하는 경우도 속출했다.
이날 오전 4시부터 서울 시내버스 7300여대 대부분이 운행을 멈췄다. 서울 시내버스 64개사가 모두 속한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끝내 결렬된 탓이다.
◇멈춰 선 버스, 텅 빈 정류장
오전 7시쯤 동작구 노량진역 인근 버스정류장 앞은 평소와 달리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전광판에는 마을버스를 제외한 모든 시내버스가 '차고지'에 있다는 안내만 반복해서 떴다. 정류장 곳곳에는 '파업으로 시내버스 운행 중단 또는 배차 간격 지연이 예상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파업 소식을 미처 접하지 못한 시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병원 진료를 위해 일찍 집을 나섰다는 최모(62)씨는 "택시는 잡히지 않고 지하철은 병원 근처로 가지 않아 어떻게 가야 할지 막막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하철역으로 몰린 인파로 인해 열차 내부도 한계치에 다다랐다. 3호선 경복궁역에서 만난 직장인 박모씨는 "평소 이 시간이면 앉아서 가는데, 체감상 평소보다 3배는 더 많은 사람이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버스 파업에 따른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 혼잡을 줄이기 위해 지하철 운행 횟수를 172회 늘리기로 했다. 또 출퇴근 집중 배차 시간도 현행보다 1시간씩 연장해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오후 6시부터 9시까지로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지하철역은 전쟁터… 칸마다 대기줄만 60명
그러나 버스 이용객 상당수가 지하철로 쏠리면서 주요 거점 역사는 아수라장이 됐다. 오전 8시쯤 2호선 사당역 승강장은 시민 수백 명으로 가득 찼다. 대기 줄이 칸마다 60명씩 늘어서면서 승강장이 꽉 차는 상황도 벌어졌다.
사당역 현장에서는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형광 조끼를 입고 야광봉을 흔들며 인파 통제에 나섰다. "승강장 혼잡으로 네 줄 서기를 준수해 달라"는 안내 방송이 반복해서 나왔다.
한 공사 관계자는 "평소보다 승객이 20~30%는 더 늘어난 상황"이라며 "승강장 혼잡도가 높아 안전사고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각 지하철 1호선 서울역 승강장도 평소보다 혼잡했다. 승강장이 붐비면서 기다리던 시민들이 열차에 탑승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직장인 김모(32)씨는 "오늘 파업하는지 몰라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렸다"며 "지각할까봐 부랴부랴 지하철로 왔는데 (열차) 타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금 인상 폭 두고 노사 평행선… 장기화 우려
버스 파업으로 자가용이나 재택근무를 선택한 시민들도 있었다. 경기 과천시에서 강남구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모(43)씨는 "버스 파업으로 자가용을 이용했는데, 눈이 녹아 내린 도로가 다시 얼어붙어 운전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직장인 남모(28)씨는 "버스 파업 소식을 듣고 출근이 어려울 것 같아 회사에 양해를 구해 재택근무로 전환했다"고 했다.
이번 파업이 장기화하면 불편이 더욱 커질 우려도 나온다. 노조는 통상임금 인정에 따른 추가 임금을 제외하고 임금 3%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노조 요구대로 임금을 인상하고 통상임금까지 인정할 경우, 사실상 20% 가까운 임금 인상 효과가 발생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노사는 아직 추가 교섭 일정을 잡지 않았으나, 물밑 접촉을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