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광주광역시(광주)에서 일자리 얘기를 하면 분위기가 무겁습니다. 40년 넘게 지역을 지켜온 음료 공장은 문을 닫을 준비를 하고 있고, '무파업'을 전제로 출범한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선 결국 전면 파업이 벌어졌습니다. 지난해 화재가 난 금호타이어 광주 공장도 아직 정상 가동이 안 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는 "생산 기지들이 하나둘 빠져나가는 신호 아니냐"는 말까지 나옵니다.
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롯데칠성(005300))는 광주 북구 양산동 본촌산단에 있는 광주 공장 폐쇄를 추진 중입니다. 이 공장은 1984년부터 돌아갔습니다. 평소에는 펩시콜라나 칠성사이다 같은 주력 제품을 만들고, 회사 상황에 따라 신제품 파일럿(실험 물량) 생산도 맡아왔습니다.
공장 규모 자체는 크지 않습니다. 직접 고용된 생산직 근로자는 20여 명 정도입니다. 다만 물류나 영업, 용역까지 포함하면 200여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롯데칠성음료 측은 "근무 중인 직원들은 다른 공장으로 전환 배치할 계획이고, 본인 희망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설명합니다.
회사 설명만 놓고 보면 당장 대규모 실직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지역 반응은 예민합니다. 광주는 원래 대기업 일자리가 많지 않은 데다, 새로 공장을 끌어오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공장마저 사라진다는 소식이 반가울 리 없습니다.
지난해에도 광주의 일자리 걱정을 키우는 일이 있었습니다. 삼성전자 광주공장의 냉장고 등 일부 생산 물량을 해외로 옮길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지역이 한동안 술렁였습니다. 다행히 이 계획은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과 국내 경기 상황 등을 고려해 철회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파업이나 사고로 공장이 멈추는 일도 광주의 일자리 전망을 더 어둡게 합니다.
현대차(005380) 캐스퍼(가솔린·일렉트릭)를 위탁 생산하는 GGM 노조는 지난 12월 26일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4시 20분까지 전면 파업을 했습니다. GGM은 문재인 정부 시절 광주형 상생 일자리 사업으로 출발했습니다.
GGM 노사는 누적 생산량 35만대 달성 전까진 무노조·무파업을 약속했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현재까지 캐스퍼 누적 생산량은 약 20만대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24년에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파업은 지방정부 주도로 임금을 낮추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노사 상생형 일자리 실험'이 과연 지속 가능했는지를 되묻게 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금호타이어(073240) 광주공장은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지난해 5월 화재 이후 아직 정상 가동 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공장은 금호타이어가 국내외에서 운영 중인 8개 공장 가운데 가장 큽니다. 2300명 넘는 근로자가 일하고, 연매출도 1조원에 가까운 곳입니다. 공장이 멈추면서 화물 근로자나 사내 하청, 협력업체 직원들도 일감을 잃고 사실상 무기한 휴직 상태에 놓였습니다.
일자리 문제는 결국 인구로 이어집니다. 광주는 전국 특·광역시 중에 인구 감소가 가장 빠른 지역으로 꼽힙니다. 광주연구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광주의 청년 인구 순이동률은 -1.63%였습니다. 다른 도시들과 비교해도 상황이 더 나쁩니다.
청년 인구 유출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광주는 2015년 이후 매년 청년이 빠져나갔습니다. 특히 2023년과 2024년에는 해마다 6000명 넘는 청년이 광주를 떠났습니다. 2년 만에 1만2000명 이상이 빠져나간 셈입니다.
왜 떠나느냐고 물으면 답은 분명합니다. 일자리입니다. 조사에서 지역을 떠난 청년들의 46.9%가 '직업'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광주연구원 관계자는 "청년이 계속 빠져나가면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지역의 활력과 혁신 가능성도 함께 약해진다"며 "이제는 인구 정책의 중심을 청년 일자리로 옮겨야 한다"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