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현장의 모습. /뉴스1

정부 전산망을 마비시킨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사건 당시 배터리 이전 작업에 투입된 업체가 과거 비슷한 일을 해본 경험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불법 하도급이 이뤄졌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대전경찰청은 22일 브리핑에서 업무상 실화 혐의 외에 불법 하도급 혐의로 공사 관련 업체 5곳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전 유성구 국정자원 본원에서는 지난달 26일 오후 8시 15분쯤 5층 전산실 내 '무정전 전원장치(UPS)' 이전 작업을 하던 중 화재가 발생했다. 작업을 맡은 업체는 전원 차단과 배터리 방전 등 기본적인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국정자원은 일반 경쟁 입찰로 배터리 이설 업체로 전기 관련 업체 A사 등 두 곳을 선정했다. A사는 작업을 하도급 업체로 넘겼고, 이 업체는 다시 두 업체에 재하도급을 줬다. 전기공사업법상 전기공사 수주업체가 하도급을 주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하도급 혐의와 관련해서는 조달청과 인허가 담당 지자체에서 관련 서류를 받아 분석한 뒤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하도급 업체들뿐만 아니라 수주업체 등 공사 관련 업체 5곳 모두 UPS 시스템 이전 설치 작업을 해 본 경험이 없던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 작업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리튬 배터리 분리·이설 가이드라인과 관련해 "잘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터리 이전 작업을 하려면 충전율이 30% 아래로 떨어져야 하지만, 화재 당시 충전율은 90%였다. 경찰은 보정률을 감안하면 실제 충전율은 8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작업자들은 전기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후 동종 업계에서 수년간 경력을 쌓은 고급기사였다. 1명만 자격증을 취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급기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작업 과정에서 이들이 작업복, 작업공구 등 절연 장비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