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가 2009년 일어난 불법 파업으로 노동조합이 회사에 피해를 입혀 배상해야 하는 40억원을 받지 않기로 했다.
1일 민주노총과 KG모빌리티에 따르면, KG모빌리티는 지난 29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금속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채권을 집행하지 않는다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KG모빌리티노동조합, KG모빌리티 등 '노노사' 간 합의에 따른 것이다.
이어 이날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에 'KG모빌리티는 대법원 손해배상 사건 관련 2025년 9월 30일 자로 손해배상 채권을 집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확약서를 전달했다.
◇쌍용차 노조, 법정관리 자구책 정리해고에 반발해 쇠파이프·새총 동원 파업
앞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2009년 5월부터 8월까지 77일간 사측의 정리해고 방침에 반대하며 파업을 벌였다. 쌍용차는 모그룹이었던 대우 그룹이 파산하자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인수됐으나, 상하이차는 2009년 1월 경영권을 포기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사측이 마련한 자구안 중 하나가 전체 인력의 37%에 해당하는 2646명을 해고하는 것이었고, 노조는 이에 반발해 파업을 벌였다.
쌍용차 노조는 파업을 벌이면서 공장을 불법적으로 점거하고 폭력을 행사했다. 비노조원 근로자가 공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고, 사측 인원이 공장 진입을 시도하자 노조 측은 쇠파이프 새총, 지게차 등을 이용해 몰아냈다. 사측을 향해 거대 새총으로 대형 볼트를 발사했고, 화염병도 던지고 공장 방화도 시도했다.
쌍용차는 노조 측의 공장 점거 농성 등으로 생산이 차질을 빚는 등 손해가 발생했다며 노조와 조합원을 상대로 15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사측은 2015년 12월 조합원에 대한 소송은 취하했지만,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은 유지했다.
1·2심은 파업 기간 자동차 판매로 얻을 수 있었던 영업이익과 지출 고정비 등을 반영해 금속노조가 사측에 33억1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배상금을 감액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고, 파기환송심에서 배상금이 20억90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이 판결을 지난 5월 확정했다. 지연 이자를 합치면 노조가 배상해야 하는 금액은 40억원 정도다.
KG모빌리티는 2022년 쌍용차를 인수했다.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사측과 노조는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논의했다. 사측은 손해배상금을 받지 말자는 미집행 의견을 받아들였다.
◇사측·경찰에 47억 배상하라는 1심 판결 나오자 '4만7000원' 노란 봉투 전달
쌍용차 파업과 사측의 손해배상 소송은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다. 2013년 12월 쌍용차 노조가 사측과 경찰에 47억원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이 나오자 한 시민이 노란색 봉투에 성금 4만7000원을 넣어 전달했다.
이 일은 쌍용차 노동자들을 돕자는 취지의 '노란봉투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예전 월급봉투가 노란색이었다는 데서 착안한 캠페인이었다. 아름다운재단이 진행한 세 차례 모금 캠페인에 4만7000여 명이 참여해 14억6000여 만원이 모였다.
캠페인 과정에서 설립된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가 중심이 돼 '노란봉투법' 입법 운동을 벌였다. 2015년 4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34명이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되는 '합법 파업'의 범위를 확대하고, 사측이 노동자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10년 만인 지난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노란봉투법은 내년 3월 10일 시행된다.
민주노총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합의는 '손해배상 보복의 시대를 이제 끝내야 한다'는 이정표"라며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한화오션,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등 손배 청구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들은 이제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