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한 아파트 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번지고 있다. /뉴스1

전기 스쿠터·자전거 배터리, 캠핑용 배터리 등을 집 안에서 충전하다 불이 나는 사고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배터리를 실내에서 충전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집 바깥에서 충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전문가들은 화재의 한 원인으로 꼽히는 과충전을 막기 위해 외출 중이나 잘 때 충전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28일 부산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달 13일 북구 만덕동 한 아파트 2층에서 발생한 화재의 원인으로 전기 스쿠터 배터리 팩을 꼽았다. 이 화재로 80대 어머니와 50대 아들이 숨졌다.

지난 17일에도 서울 마포구 창전동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60대 어머니와 20대 아들 2명이 사망했다. 소방 당국은 "방 안에서 충전 중인 전기 스쿠터 탈착용 배터리팩에서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전북 완주군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전동킥보드 배터리 화재. /전북소방 제공

이 밖에 지난 6월 강원 횡성군에서는 집 안에서 전기 스쿠터가 과충전돼 폭발했다. 1월에는 전북 완주군 한 아파트 안에서 충전 중이던 전동 킥보드가 과충전되며 화재가 발생해 60대 남성이 중화상을 입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발생한 국내 소형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총 678건이다. 이 중 627건(92%)이 전기 이륜차 배터리 때문에 발생했다.

캠핑용 배터리도 화재가 잦다. 지난 19일에는 경기 동두천시 송내동 아파트에서 불이 나 주민 37명이 연기를 흡입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집 안에서 충전 중이던 캠핑용 배터리에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3월에는 충북 진천의 한 아파트에서도 캠핑용 배터리를 충전하던 중 불이 났다. 이 불로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주민 64명이 대피해야 했다.

19일 경기 동두천시 송내동 아파트 1층 세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충전 중이던 캠핑용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은 발화 추정 배터리.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이런 화재들은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발화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크기가 작고 충전이 빠르며 수명도 길다. 불이 한번 붙으면 온도가 2000도까지 치솟는 '열 폭주' 현상이 발생해 불이 잘 꺼지지도 않는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전기 스쿠터·킥보드 배터리는 과충전을 막아주는 시스템이 없거나 부실한 경우가 있다"며 "과충전되지 않도록 외출 중이나 잘 때 충전하지 않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공동주택에서 많이 거주하는 국내에서는 집 바깥에서 충전하는 것이 화재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면서 "다만 옥외 공용 배터리 충전 시설이 부족하고, 설치하려고 해도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