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23일 오전 경기 부천시 한 호텔 화재 현장 모습. 22일 밤 이 호텔에서 큰불이 발생해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조선DB

소방청은 지난 10일부터 호텔, 모텔 등 숙박 업소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는지를 주요 숙박 예약 앱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작년 8월 경기 부천시의 한 호텔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친 사고에 대한 후속 대책이다.

당시 사고가 발생한 호텔 객실에 화재를 감지해 자동으로 물을 뿜어주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게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이번에 소방청이 스프링클러 설치 여부를 숙박 앱에 공개한 취지는 소비자 선택과 압력을 통해 숙박업소들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숙박 앱을 이용해보니 스프링클러 설치 여부를 손쉽게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해외 숙박 앱과 비교하면 국내 숙박 앱은 안전 관련 정보가 부족한 편이다.

국내 숙박 예약 앱 '놀'에서는 스프링클러를 갖춘 숙박시설만 모아볼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놀 캡처

◇'놀'에서는 스프링클러 설치된 숙박업소만 모아보는 것 불가능

14일 소방청에 따르면 숙박 앱 놀과 여기어때는 제휴 숙박 업소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소방청이 전국 3만여 숙박업소의 신고 내용을 집계해 스프링클러 설치 여부를 파악했고, 이 정보를 놀과 여기어때에 제공한 것이다.

여기어때의 경우 이용자가 원하는 조건을 설정해 검색 결과를 추리는 '필터' 기능을 통해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숙박업소만 모아볼 수 있다. 예약 과정에 스프링클러가 없는 숙박업소를 처음부터 걸러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놀에는 필터 기능에 스프링클러 항목이 없다. 스프링클러가 있는 숙박업소를 예약하려면 일일이 확인을 해야 하는 것이다.

국내 숙박 예약 앱 '놀'에 나온 숙박시설 정보. 스프링클러가 있으면 갖추고 있다고 나오지만, 스프링클러가 없다는 내용은 별도로 제공하지 않는다. /놀 캡처

◇'스프링클러 없다' 정보는 아예 제공되지 않아

앱에서 숙박업소를 하나하나 열어봐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는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놀 앱과 여기어때 앱 모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숙박시설의 경우 '스프링클러 없음'이라고 알려주지 않는다. 아예 관련 정보 자체를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숙박업소라도 그 내용을 확인하는 게 쉽지 않다. 놀 앱에서는 숙박시설을 예약하는 화면 내 상단 '시설/서비스'에서 '전체보기'를 눌러 '보안시설'에서 스프링클러 설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여기어때 앱에서는 '편의시설 및 서비스' 하단 '기타시설 및 서비스'에서 설치 여부 정보가 제공된다.

두 앱을 사용하는 김모(32)씨는 "스프링클러를 보안시설, 편의시설로 분류하는 것 자체가 어색하다"고 말했다.

해외 숙소 예약 앱 '부킹닷컴'에는 호텔이 갖추고 있는 소방 시설 정보가 나오지만, 국내 숙박 앱 '여기어때'에는 전혀 정보가 없다. /부킹닷컴·여기어때 캡처

◇해외 숙박 플랫폼은 소방설비 정보 폭넓게 제공

반면 해외 숙박 예약 앱은 다양한 소방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한 호텔을 '부킹닷컴'에서 검색하자 소화기, 화염 경보가 설치돼 있다는 정보가 제공된다. '트립닷컴'에서는 연기 감지기, 구급상자, 소화기 등이 있다고 알려줬다.

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도 소방 관련 설비를 갖췄는지 정보를 제공한다. 서울역 인근 게스트하우스에 대해서는 화재경보기, 소화기는 갖췄지만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없다고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놀, 여기어때에서는 소방 관련 정보가 전혀 나와 있지 않다.

에어비앤비 앱에 서울역 인근 게스트하우스에 어떤 소방 설비가 갖춰져 있는지 표시돼 있다. 일산화탄소 경보기가 없어 취소선이 그어져 있다. /에어비앤비 캡처

◇숙박업소 점주들 "의무도 아닌데, 영업하기 곤란"

국내 앱이 스프링클러 설치 여부를 쉽게 알 수 없도록 만든 것은 숙박업주들 반발 탓이라는 말도 나온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모텔 업주 A씨는 "지은 지 오래된 건물이라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기 어렵다"며 "앱에 정보가 공개되면 영업이 곤란하다"고 말했다.

스프링클러는 2018년부터 6층 이상 숙박시설이면 모든 층에 설치하게 됐다. 이어 2022년부터는 층수와 관계없이 모든 숙박시설에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법 개정 전에 지어진 숙박시설은 스프링클러가 없어도 된다. 대한숙박업중앙회 관계자는 "설치 공사에 몇 달이 걸려 영업을 못하고, 공사비도 상당하다"고 했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앱 업데이트가 필요할지 잘 모르겠다"며 "스프링클러가 아닌 소방 설비는 의무 설치여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숙박 앱이 스프링클러 여부를 의무적으로) 필터링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며 "다른 소방 설비 정보 표시는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국 숙박시설 3만1271곳 중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은 약 4500곳(14%)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