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비상장 주식 거래 사이트를 만들어 투자자를 유인한 뒤, 비상장 주식을 저가로 매수하면 상장일에 고수익을 볼 수 있다고 속여 94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신종 범죄 조직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범죄단체 조직,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 혐의로 3개 피싱 조직의 총책과 조직원 등 43명을 검거하고 이 중 17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5일 밝혔다.
이들 조직에 가짜 사이트를 만들어 판매한 혐의를 받는 개발자와 브로커 두 명도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에 따르면 3개 조직의 총책 3명과 조직원들은 지난해 2월부터 서울·경기 일대에 콜센터를 차리고 182명으로부터 주식 대금 명목으로 94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주식 발행사 직원을 사칭해 주식 무상 배정이나 선입고를 미끼로 피해자들을 가짜 사이트에 가입시킨 뒤 "상장이 확실한 주식을 저가에 매수하면 상장일에 고수익을 볼 수 있다", "상장일이 임박했다"며 피해자들을 속였다고 한다.
이들은 이후 임의로 정한 상장일이 지나면 잠적한 뒤 새로운 곳에 콜센터를 차리는 등 '떴다방' 식으로 조직을 운영했다. 피해자들에게 실제 주식을 매수해 보유하는 것처럼 속이려고 가짜 계약서나 가짜 주주 명부 등 위조 문서를 만들어 보여주기도 했다.
피해자 182명의 92%는 50대 이상 중·장년층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의 1인당 평균 피해액은 5000만원 수준으로, 최고 피해액은 9억원이었다.
이들 조직은 각기 다른 범죄 단체로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었으나, 가짜 사이트를 만든 개발자와 이를 판 브로커가 같았다. 개발자는 공식 주식 거래 사이트를 본떠 만든 가짜 사이트를 피싱 조직에 판매하기로 계획한 뒤 지난해 2월부터 브로커들을 통해 피싱 사이트 개발을 의뢰받아 맞춤형으로 제작·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짜 사이트를 제작해 넘긴 이후에도 피싱 범죄 조직들이 범행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메인 변경 등을 지원하며 매달 4000만원가량의 이익을 챙겼다. 브로커 2명은 지역 선후배 사이로 개발자를 알게 된 후 14개 피싱 조직에 가짜 사이트 19개를 판매해 매달 3000만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정식으로 인가받은 금융 회사 등 적법한 경로가 아닌 투자에 기댈 경우 범죄 조직의 범행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투자 시 각별히 유념해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