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진 그대가~" "우리 사랑하면 안 돼요~"
한 유명 유튜버가 노래를 부른다. 이곳은 노래방이 아닌 제1수도권고속도로 한복판. 영상 속 도로 전광판에는 '운전 중 휴대폰 사용 금지'라는 문구가 지나간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휴대전화 화면을 보며 라이브 방송을 이어간다. "첫 키스는 언제 하셨죠?" 같은 댓글에 답하며 시청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기도 한다. 지난 2023년 10월 있었던 일이다.
1인 미디어 시대가 열리면서, '운전 중 라방'(라이브 방송)이 유튜버 사이에서 하나의 콘텐츠 형식으로 자리 잡았다. 승용차나 오토바이에 휴대전화를 고정한 채 주행 상황을 중계하거나, 댓글을 읽으며 시청자와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같은 행위는 도로교통법 위반 소지가 있고,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차량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영상 장치 설치 모두 금지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운전자는 정차 중이 아니면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다. 내비게이션 용도가 아니라면 영상이 표시되는 장치를 운전자가 볼 수 있는 위치에 두는 것도 안 된다. 휴대전화를 거치대에 올려 라이브 방송을 하거나, 댓글을 확인하며 시청자와 소통하는 행위 모두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처벌 사례도 있다. 레미콘 기사로 활동하는 한 유튜버는 2023년 9월 라이브 방송 도중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그는 "운전 중 라이브 방송이 금지되는 줄 몰랐다"며 "어둠 속에서 보행자라도 쳤나 걱정했는데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자막을 다는 등 상황을 가볍게 넘기기도 했다.
◇심각성 인식 부족해… 처벌 수위 낮고 단속도 어려워
단속이 이뤄져도 운전 중 라방 영상은 여전히 유튜브에 올라오고 있다. 구독자 30만명을 보유한 오토바이 주행 유튜버는 올해 4월 전방에 카메라를 고정한 채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방송이 끊길(버퍼가 생길) 예정"이라며 화면 상황을 실시간으로 설명했다. 한 택시 유튜버는 지난 23일 운행 중 카메라를 향해 인사하거나 혼잣말하며 카메라를 응시하고,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조작해 호출을 잡는 모습까지 그대로 방송에 담았다.
이런 행동에 대한 처벌 수위는 낮은 편이다. 운전 중 휴대전화나 영상 기기를 사용하다 적발돼도 승용차는 6만원, 승합차는 7만원, 이륜차는 4만원의 과태료와 벌점 15점이 부과되는 데 그친다.
단속도 쉽지 않다. 대부분의 차량 유리는 짙게 '썬팅'이 돼 있어, 경찰이 외부에서 휴대전화 사용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또한 휴대전화로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는 것인지 유튜브 방송을 하는 것인지도 구별이 어렵다. 한 경찰관은 "운전자가 영상을 시청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해야 처벌할 수 있는데, 달리는 차량을 정차시켜 확인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사용, 음주보다 위험해… 사고 시 과실 커질 수 있어
운전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단순한 규정 위반을 넘어, 실제로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시속 40㎞로 주행하면서 스마트폰을 조작할 경우, 돌발 상황에서 정지 거리는 45.2m로 늘어난다. 이는 혈중알코올농도 0.05% 상태의 음주 운전자(18.6m)보다 2.4배나 긴 수치다. 2016년에는 한 BJ가 시속 200㎞로 포르셰를 몰며 라이브 방송을 하다 사고를 내 차량이 전소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운전 중 라이브 방송이 사고 발생 시 더 큰 과실로 인정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전방 주시 태만으로 안전 운전 의무를 위반한 경우, 일반 사고보다 운전자 책임이 무겁게 판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단순 현장 단속을 넘어 사후 조치 역시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 교수는 "경찰이 생방송 영상이나 촬영 자료를 단속 증거로 활용하거나, 관련 모니터링 인력을 확충해 상시 감시 체계를 갖추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