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2일 오후 11시 8분쯤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에서 불이 나 점포 227개가 탔다. 이 화재로 인해 사상자가 발생하지는 않았으나, 수산물동과 식당동, 일반동 내 점포가 모두 소실됐다. /연합뉴스

화재에 취약한 전통시장의 화재 안전관리와 예방 시설 대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조승환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13일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올해 7월까지 최근 4년간 전통시장 화재 사고는 총 220건이었다. 1달에 5건꼴로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같은 기간 화재로 인한 부상자는 14명이고, 재산피해액은 35억1254만6000원에 달했다.

이처럼 전통시장에 화재가 빈발함에도 화재 안전관리를 위한 ‘비상 소화장치’ 설치는 지역마다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 소화장치는 좁은 골목길이나 전통시장 등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지역에 설치돼 화재 발생 시 초기대응을 돕는 장치다. 비상 소화 장치함 안에 소화전, 소방호스, 관창, 개폐장치 등이 들어있어 상인이나 주민들이 화재 초기 직접 불을 끌 수 있다. 소방기본법 시행령과 화재의 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통 시장에는 반드시 비상 소화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지역별 전통시장 수 대비 비상 소화장치 설치 개수 비율은 세종이 800%로 가장 높았고 충남(470.2%), 강원(214.8%)이 뒤를 이었다. 같은 해 세종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고 충남은 4건, 강원은 2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반면 울산(47.6%)과 경남(49.7%), 부산(52.5%)은 설치 비율이 낮았다. 이들 지역 중 부산과 경남은 전통시장 화재 건수가 9건으로 공동 1위였다. 울산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 2023년 이후로는 전통시장 관련 통계가 나오지 않았다. 또 소방청에서는 지역별로 전통시장에 설치된 비상 소화장치 수에 대해서만 파악하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느 전통시장에 몇 대가 설치돼있는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일부 전통시장에서는 비상 소화장치를 설치했어도, 주변이 불법 주·정차 차량이나 버려진 쓰레기 등으로 뒤덮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기도 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 인력이 부족해 비상 소화장치를 제대로 관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차라리 비상 소화장치의 운영과 관리를 민간업체에 위탁하고, 소방 당국은 감시·감독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비상 소화장치 사용법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비상 소화장치뿐 아니라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를 막을 수 있는 전기 불꽃(아크) 차단설비 역시 설치·관리 문제가 방치되고 있다. 아크 차단기는 전선의 노후화나 접촉 불량으로 발생하는 전기불꽃을 감지해 전기를 즉시 차단하는 장치다.

최근 4년간 전통시장 화재사고 발생 건수와 사고 원인별 현황 /소방청=국민의힘 조승환 의원실 제공

지난 2021년 이후 4년간 전통시장 화재 원인으로는 합선이나 과부하 같은 전기적 요인이 91건(41.4%)으로 가장 많고 ▲부주의 70건(31.8%) ▲기계적 요인 21건(9.5%) ▲원인 미상 20건(9%) 순이었다. 아크 차단기를 통해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를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하지만 아크 차단기 설치는 산업통상자원부 행정규칙인 한국전기설비규정(KEC)에 강제 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으로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소방 당국에서는 아크 차단기 설치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실제 설치 비율은 낮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하성 교수는 “전통시장은 조그마한 전기 불꽃이 대형 화재로 이어지기 쉬운 곳”이라며 “현재 소방 안전 권고 사항에 불과한 아크 차단기 설치를 의무 사항으로 강화해 대형 화재를 막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승환 의원은 “추석을 앞두고 많은 시민이 전통시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통시장 대형 화재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비상 소화장치 설치율을 높여야 한다”며 “이미 설치된 장치들의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주기적인 점검과 시민 교육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또 “전통시장 화재는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만큼 아크 차단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관리를 강화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시도별 전통시장 비상 소화장치 설치개수 및 설치율 현황 /소방청=국민의힘 조승환 의원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