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구에서 수출 대기 중인 자동차들. /연합뉴스

전기차 화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국내 중고차 수출업체 일부도 이달 초부터 전기차를 수출용 선박에 싣지 않고 있는 것으로 21일 전해졌다. ‘전기차 공포증’이 관련 업계로 확산하는 상황이다.

인천 소재 중고차 수출업체 A사의 관계자는 이날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청라동 화재 이후 벤츠 전기차 매물은 영업을 하지 않도록 조치했다”라며 “바이어가 사고 싶다 해도 우리는 선박에 (벤츠 전기차를) 실을 수 없으니 팔 수 없다고 말하라 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항구에 있는 벤츠 전기차 물건이 애물단지가 되긴 했지만, 괜히 배에 실었다 불이라도 나면 소탐대실 아닌가”라고 했다.

중고차 수출업체들과 연결돼 있는 플랫폼 회사들도 자사 홈페이지에서 벤츠 전기차 매물을 전부 내리는 추세다. 플랫폼 업체인 B사 관계자는 “해외 고객들이 우리 사이트를 통해 (벤츠 전기차)를 사겠다 해도, 수출업체들이 거부하는 상황”이라며 “만약 수출업체가 팔겠다 하면 수출용 선박을 소유한 선주 업체가 ‘벤츠는 안 싣는다’며 퇴짜를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괸계자는 “결국 벤츠 전기차는 팔고 싶어도 팔 수가 없는 상황이라 당분간 홈페이지에서 매물을 삭제하기로 했다”고 했다. 현재 해당 업체 홈페이지에 올라온 벤츠 매물은 전부 내연기관이다.

벤츠 전기차를 중고 시장에 내놓으려 했던 소유주들은 판로가 막힌 상황이다. 서울 서초동에서 중고차 업체를 운영하는 김은상(57)씨는 “(벤츠 전기차를) 팔겠다는 문의를 거의 매일 받지만 매입은 안 하고 있다”라며 “벤츠 전기차에 대한 거부감이 일시적 현상은 아닐 것 같다”고 했다. 또 김씨는 “(벤츠 전기차는) 가격이 비싸 원래도 거래가 활발한 물건은 아닌 탓에 사고 이전에 매입해둔 게 적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다행”이라고 했다.

앞서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 있는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벤츠 전기차에서 지난 1일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주변 차량 42대가 모두 불타고, 45대가 일부 불탔다. 아울러 아파트 주민 1581세대가 단수, 단전 등 피해를 입었다.

불이 났던 벤츠 전기차(EQE 350) 모델에 화재 발생 가능성으로 리콜됐던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가 쓰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기차 공포증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