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이 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을 대상으로 '악성 민원 실태조사' 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조사 결과, 일선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수백통의 문자 발송·살해 협박·청사 내 난동·쓰레기 투척 등 다양한 악성 민원이 빈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행정기관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담당 공무원에게 폭언·폭행을 하고 상습적으로 민원을 넣는 ‘악성 민원인’이 전국에 2784명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3~5월 중앙행정기관 49곳, 지방자치단체 243곳, 시·도 교육청 17곳을 대상으로 악성 민원 실태를 전수조사한 결과를 2일 발표했다.

악성 민원인 중 1340명(48%)은 업무 담당자 개인 전화로 문자 메시지를 수백통 발송하면서 상습·반복적으로 괴롭혔다. 살해 협박을 하거나 책상을 집어 던지는 등 폭언·폭행을 하는 악성 민원인은 1113명(40%)이다. 담당 공무원 실명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한 후 항의 전화를 하라고 독려하거나 이른바 ‘좌표 찍기’를 하는 악성 민원인은 182명(6%)이다. 민원 처리 결과에 불만을 품고 정보공개 청구를 과도하게 하고, 비이성적 주장을 하는 악성 민원인도 있다.

악성민원인은 시·군·구가 1372명(50%), 중앙 행정기관은 1124명(40%), 시·도가 192명(7%), 시·도 교육청이 96명(3%)이다. 중앙 행정기관 중에서는 국토교통부가 71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법무부(116명), 검찰(87명), 국방부(48명), 농림축산식품부(22명) 등의 순이다. 시·도 중에서는 서울이 67명으로 가장 많다. 기초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는 울산 동구(52명), 서울 영등포구(47명), 인천 서구(42명) 순이다. 시·도 교육청 중에서는 서울이 41명으로 가장 많다.

국토교통부 악성민원인 A씨는 특정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해달라는 민원을 100회 이상 제기했다. B씨는 법무부에 이유 없이 특정인을 대신 고소해달라는 민원을 반복 제기했다. 가석방이 불허되자 불만을 품고 정보공개를 1000건 이상 청구한 악성 민원인도 있었다. 국방부 악성민원인 C씨는 자신이 조선시대 궁녀였다면서, 자신의 보유하고 있던 전 재산을 일본 천황이 모두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검찰청 악성민원인 D씨는 신변 보호 요청 처리에 불만을 품고 차량에 부탄가스통과 화살 등 폭발물을 싣고 검찰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서울특별시 악성민원인 E씨는 도로 변에 방치된 전동킥보드를 자신이 지정한 2~3시간 내에 처리해달라고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민원을 수천건 넣었다. 경기도 악성민원인 F씨는 민원을 다수 제기한 후 관련 공무원 징계를 요구하고 “망할 X의 계집애” 등의 폭언을 했다. 광주광역시 악성민원인 G씨는 본인이 소속된 단체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며 유튜브 방송에서 담당 공무원 신상을 공개하고 시청자들에게 항의전화와 댓글 공격을 독려했다.

부산 북구는 악성민원인 H씨가 행정 처리에 불만을 품고 “염산을 뿌리겠다” “죽이겠다”고 협박하자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H씨는 법원으로부터 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10개월간 지속적으로 동일한 민원을 받은 담당 공무원이 신체마비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전체 기관의 45%(140개 기관)는 최근 3년 내 악성 민원 대응 교육을 하지 않았다. 교육을 했더라도 적절한 악성 민원 대응 교육이 아닌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김태규 권익위 부위원장은 “일선 공무원들이 상습·반복 민원이나 폭행·협박 등과 같은 악성 민원으로 많이 고통받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