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5일 서울 강남구 한 한식뷔페에서 직장인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조선DB

A 시중은행이 단시간 근로자에게만 점심값과 교통비 등 월 30만원을 지급하지 않아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단시간 근로자들의 하루 근무시간은 7시간30분으로, 8시간 일하는 직원보다 단 30분 짧았다. 두 직군이 수행하는 업무는 같거나 비슷했다. 이 은행은 정부의 시정 요구에도 따르지 않아 중노위까지 사건을 가져갔다.

중노위는 A은행이 단시간 근로자 1336명에게 다른 근로자와 달리 중식비(월 20만원)와 교통보조비(월 10만원)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상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고 1일 밝혔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작년 2월부터 10월까지 은행 5곳과 증권사 5곳, 생명보험사 3곳, 손해보험사 1곳 등 금융기관 14곳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근로자 차별 해소 기획감독을 벌였다. 그 결과 A은행은 보증서 관리와 압류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기간제 통상근로자에게는 중식비·교통비를 주면서, 비슷한 업무를 하는 단시간 근로자에게는 지급하지 않았다. 기간제 통상근로자의 하루 근무시간은 8시간이었고, 단시간 근로자는 7시간30분이었다.

고용노동부는 시정을 요구했으나 A은행은 응하지 않았다. 고용부는 노동위원회에 통보했고, 지방노동위원회는 단시간 근로자에게 중식비·교통보조비 총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A은행은 다시 불복해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중노위도 같은 판정을 내렸다.

A은행은 “단시간 근로자는 단순 사무보조 업무, 단순 지원업무를 수행해 노동의 강도와 양·질, 업무 권한 등이 달라 기간제 근로자와 주된 업무 내용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단시간 근로자는 시급제로 급여를 받고, 일반 계약직은 월급제여서 단시간 근로자에게 중식비·교통보조비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중노위는 A은행의 본부와 영업점을 현장조사한 결과 단시간 근로자와 일반 계약직은 같거나 비슷한 업무를 한다고 판단했다. 시급제·월급제 차이에 대해 중노위는 “임금 지급 방법이나 계산 방법의 차이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태기 중노위원장은 “이번 판정은 공정한 노동시장, 차별 없는 일터를 조성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중노위 판정으로 시정명령이 확정됐는데 사업주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으면 1억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중노위 판정에 불복하는 경우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