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은 1일 현대차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에 들어설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에 105층의 초고층 빌딩을 지으려던 계획을 55층 2개동으로 변경한 데 대해 “(기존과) 다른 계획을 세웠으면 거기에 맞게 새롭게 논의하는 게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했다.

오 시장은 이날 시청에서 열린 민선 8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저는 합리적인 사람이다. 행정도 상식에 입각해서 하면 된다. GBC 문제도 그것 이상도 이하도 필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대차가 설계를 변경하려면 인허가 기관인 서울시와 다시 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이다.

오 시장은 GBC 층수를 105층에서 55층으로 낮춘다는 계획에 대해 “분명히 현대차그룹이 내놓은 새로운 건설 계획은 기존 계획과 완전히 다르다. 새로운 계획이다. 100층을 90층으로 낮추겠다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초고층 건물을 하나 짓는 걸 몇 개로 나누어서 층수는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현대차는 7만9342㎡ 면적의 부지애 105층 규모의 초고층 빌딩 1개동과 저층 건물 4개동을 짓겠다는 제안서를 제출하고, 서울시와 협의를 거쳐 2020년 착공에 들어갔다. 현대차는 공사 비용과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는 55층 2개동으로 바꾸겠다며 설계안을 변경했다.

기존 현대차 GBC 조감도. /강남구 제공
바뀐 현대차 GBC 조감도. /현대차그룹 제공

서울시는 2016년 현대차그룹과 사전 협상에서 105층 랜드마크 건물을 짓는 대신 공공기여 등을 줄여주기로 했는데, 기존 계획을 대폭 변경하려면 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14일 양측은 실무협의를 벌였다. 오 시장은 “실무선에서는 (새롭게 논의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이 돼 가는 것으로 저는 보고받고 있다”고 전했다.

오 시장은 지난달 25일 광화문광장에 100m 높이의 국기게양대를 세우고 태극기를 걸겠다고 밝혔다. 그 앞에는 영원한 애국과 불멸을 상징하는 조형물 ‘꺼지지 않는 불꽃’도 설치해 광화문광장을 국가상징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했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과도하게 높아 오히려 거부감이 든다”는 반응이 나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낡은 국수주의적 방식으로 애국심을 고취하려고 한다”고 했다.

오 시장은 이 같은 비판에 “광화문광장에 태극기 게양대를 만드는 문제는 귀를 더 열겠다”며 “저는 굉장히 합리적인 사람이어서 합리적인 비판에는 반응한다”고 했다.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예상 조감도. /서울시 제공

오 시장은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에 대해서는 “이번에는 비전과 품격의 대표가 탄생했으면 좋겠다”며 “저는 우리 당 후보 중에 약자와의 동행을 최우선 비전으로 삼고 대표직을 수행하겠다는 분을 지지할 생각”이라고 했다. ‘약자와의 동행’은 오 시장의 시정 핵심 철학이다.

오 시장은 차기 대권 도전 질문을 받자 “유권자들이 서울시장하라고 뽑아놨는데 임기 반환점을 돈 시점에 벌써 대권 운운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며 “높은 곳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낮은 곳에 임해서 일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기준소득보다 부족한 가계 소득의 50%를 채워주는 복지 모델 ‘안심소득’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과거 경기지사 재임 중 ‘기본소득’을 추진하면서 “부자는 죄인이 아니다”라면서 부자에게도 혜택을 줘야 한다고 했다.

안심소득과 기본소득을 비교한 질문을 받은 오 시장은 “(이 대표의 주장은) 궤변 중에 백미다. 세금조차 내기 어려운 분을 더 도와야 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요즘에는 그런 말씀 잘 안 하시더라”고 했다. 이어 “정책 우수성, 효과성, 가성비를 따지면 기본소득은 안심소득에 범접할 수조차 없다”며 “3년 간의 소득보장 실험이 끝나면 어느 정도 근로의욕을 자극하는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