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역 인근 빗물받이가 담배꽁초와 각종 쓰레기로 가득 차 있는 모습. /뉴스1

장마철 빗물 배수구(빗물받이)가 진화하고 있다. 배수구는 폭우로 갑자기 불어난 빗물을 흘려보내 침수를 막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쓰레기와 담배꽁초 투기로 배수구가 막혀 침수 피해를 키우는 일이 잦았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 따르면 빗물 배수구가 3분의2 막히면 침수 면적은 3.3배 넓어지고 침수 속도는 2배 빨라진다.

최근 일부 지자체는 문제 해결을 위해 ‘스마트 빗물 배수구’를 도입했다. 평소에는 덮개가 닫혀 있다가 빗물이 닿으면 자동으로 열리는 방식이다. 쓰레기가 쌓여 배수구가 막히는 일이 없도록 하려는 것이다. 또 빗물 배수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파손되면 휴대전화 QR코드 등으로 민원을 접수받아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사물 인터넷으로 빗물 배수구 원격 관리

서울 성동구 성수동 카페거리, 한양대 등에는 스마트 빗물 배수구가 100개 넘게 있다. 태양광을 에너지원으로 쓰는데 평소 닫혀 있다가 비가 오면 물기를 감지해 스스로 열린다. 이를 통해 배수구 막힘과 악취 문제를 해결하고 청소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

앞서 금천구는 지난 2019년 9월 치수과 공무원들이 스마트 빗물 배수구를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빗물 배수구가 1년에 60일만 제 기능을 하는 데서 착안, 배수구가 자동 개폐되도록 했다. 사물인터넷(IoT)과 정보통신기술(ICT)로 원격 제어가 가능하다.

성동구는 오는 7월부터 빗물 배수구를 QR코드로 관리한다. 시민들은 배수구에 가까운 가로등에 붙은 QR코드를 휴대전화로 찍어 파손 상태 등을 신고할 수 있다. 민원은 스마트 관리 시스템에 자동 등록돼 신속하게 위치를 확인하고 불편 사항을 처리할 수 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이상 기후에 대처하고 시민 편의를 향상할 것”이라고 했다.

충북 충주시 빗물받이. /뉴스1

◇지자체, 빗물 배수구 막힘 방지 대책도

빗물 배수구가 쓰레기나 담배꽁초에 막혀 침수 피해를 키우는 일을 막기 위해 지자체들은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동작구는 지난해 11월 지자체 최초로 빗물 배수구에 난연(難燃) 재료로 만든 거름망을 씌웠다. 올해 3월에는 스마트 배수구 이력 관리 시스템을 만들었다. 빗물 배수구에 고유 번호와 좌표를 부여해 전산화하고 사무실과 현장을 실시간 연동했다. 시민들은 배수구 문제를 24시간 휴대전화 NFC(근거리 무선 통신) 등으로 신고할 수 있다. 박일하 동작구청장은 “선제적 관리로 구민 생명과 재산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서울 양천구는 최근 빗물 배수구 1300개에 ‘무단 투기 예방’을 위한 위치 알림 표식을 설치했다. 마모와 충격에 강한 특수 금속 스티커로 한눈에 띄도록 밝게 만들었다. 조만간 구내 빗물 배수구 2만2000개에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스마트 빗물 배수구는 아직 수도권 위주로 설치되고 있다. 다만 각 지자체는 지난해 6월 개정된 하수도법에 따라 빗물 배수구를 의무적으로 점검·청소하고 있다. 매년 점검 계획을 세우고 1차례 이상 청소하며 지방환경청에 보고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한편 오는 29일 밤 중부지방에 장마 전선(정체 전선)이 북상하며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 수증기를 동반한 남풍이 강하게 불며 전국에 100㎜ 이상의 비가 쏟아지겠다. 수도권은 12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리는 곳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