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전 서울 한강 잠실대교 인근에서 발견된 대남 풍선. /연합뉴스

북한이 최근 탈북민 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한다는 이유로 북풍이 불 때 남쪽으로 4차례 ‘오물 풍선’을 살포했다. 북한이 앞으로 오물이 아닌 한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물품을 남쪽으로 날려보내 투척할 수 있다는 우려가 24일 개최된 서울시 안보 포럼에서 나왔다. 휴전선에서 서울시청까지는 38.12㎞에 불과하며, 오물 풍선은 정부서울청사나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도 발견됐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메가시티 대드론체계 구축을 위한 민·관·군 협력 방안’을 주제로 세 번째 ‘서울시 안보포럼’을 개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과 드론 전문가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드론은 2020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에서 중요한 공격 수단으로 떠올랐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터키산 드론 베이락타르가 맹활약을 하면서 전투 양상을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란은 지난 4월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폭격에 보복한다며 드론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했다.

2023년 한 우크라이나 병사가 전쟁에서 사용할 드론을 띄워 보이는 모습. 영국왕립합동군사연구소에 따르면 전쟁에서 쓰이는 우크라이나군 드론은 하루 300대 이상, 한 달 1만대에 육박한다. /조선DB

김성우 육군대학 교수는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 하마스 등에 무기를 제공하는 대가로 정찰 드론(무인기) 등을 도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북한이 오물 풍선처럼 불상의 투척물을 장착한 드론을 운용할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란은 지난 4월 13일 이스라엘을 공격하며 드론 170대, 순항미사일 30대, 탄도미사일 130여 발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스라엘은 아이언돔(단거리 미사일), 다윗의 돌팔매(David’s Sling·중장거리 미사일), 애로-3(고고도 미사일)으로 전체 공격의 99%를 격추시켰다.

김 교수는 “북한은 1995년 체첸분쟁에서 러시아군이 사용한 무인기를 모방해 자체 생산한 무인기 등 약 1000여 기의 정찰·자폭용 무인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4년 파주, 삼척 등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는 일본 카메라를 장착한 조악한 수준이었으나 중국, 러시아 등으로부터 입수한 무인기를 복제해 자체적으로 성능을 개량하고 생산 능력을 강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어 “오물 투척 기구가 남하한 것처럼 불상의 투척물(폭탄, 전단, 오물 등)을 장착한 다량의 기구를 북한이 무인기와 함께 운용하며 대공 방어 체계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 인구의 60% 이상 거주하는 서울이 위협에 직면한다”며 “대응을 강구하지 못하면 피해는 가늠하기 힘들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제3회 서울시 안보포럼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 네번째부터 오 시장,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조지호 서울경찰청장. /뉴스1

이만희 수도방위사령부 1방공여단장(준장)은 북한 드론에 대해 “군 전력만으로는 모든 국가 중요 시설을 방호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민·관 다중 방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 토론에서는 조상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국가미래전략기술정책연구소 교수를 좌장으로 김광석 산업통상자원부 비상안전기획관, 국방부 군구조혁신담당관인 강경일 대령, 신희준 경운대 교수 등이 드론 대응 체계에 대해 논의했다. 김 기획관은 “민간 체계를 군과 통합하기 위한 법적 근거와 컨트롤 타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오 시장은 “최근 안보·외교 국면이 계속 변화하고 있다”며 “1000만 서울시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민관군이 함께 이 호흡을 맞춰가며 내실 있게 (효율적인 대비 태세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