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 개관 1주년 기념식. /서울시 제공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당한 아동·청소년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그루밍(길들이기)과 성착취 영상·사진 유포 피해가 많았다. 최근에는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불법 사진 합성, 남성 청소년 대상 ‘몸캠 피싱’, 대출 조건 나체사진 전송 등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이하 센터)에서 2022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2년간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당한 935명을 지원했다고 22일 밝혔다. 서울시는 피해자 긴급상담, 수사·법률 지원, 성착취물 삭제 지원, 심리치료·의료 지원을 하고 있다.

센터가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지원한 아동·청소년 피해자는 50명으로 전체 피해자의 19.2%를 차지했다. 또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지원한 아동·청소년 피해자는 104명으로 1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전체 피해자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2.2%로 높아졌다.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 유형은 온라인 그루밍이 68건(27.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유포‧재유포 45건(18.2%), 유포불안 43건(17.4%) 순이었다. 2022년에는 또래들끼리 불법으로 합성한 사진을 단체 채팅방에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에는 신원을 알 수 없는 가해자가 아동‧청소년들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일상 사진에 음란물 등 성적 이미지와 합성을 해 유포하거나 판매하는 경우가 늘었다. 미성년자는 대출을 받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돈을 빌려주겠다며 보증으로 나체 사진을 보내라고 제안하고, 사진을 보내면 돈은 주지 않고 사진만 유포하는 경우도 증가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대화 예시. /서울시 제공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당시 16세였던 중학생 A양은 SNS에서 대화 1건당 70원을 준다는 아르바이트 광고를 보고 가해자와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해 대화를 시작했다. 가해자는 A양에게 “네가 고민되는 거 다 나에게 얘기해도 돼”라며 호감을 산 뒤 전화 통화를 했고, 이후 “목소리가 예뻐서 얼굴도 너무 예쁘겠다. 얼굴 볼 수 있어?”라며 사진을 요청했다. A양이 사진을 보내자 용돈을 줄테니 야한 사진을 보내라며 속옷을 입은 사진을 요청했고, 이후에는 노출이 더 심한 사진을 요청했다. A양이 사진을 보내줄 수 없다고 하자 가해자는 “부모님에게 다 얘기해줄게”라며 협박했고, A양은 어쩔 수 없이 사진을 보냈다.

가해자는 여러 장의 사진만 받고 돈을 주지 않은 채 한 달 뒤 잠적했고, A양은 사진이 유포됐을까 걱정돼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센터에 사진 삭제를 요청했다. 센터는 A양에게 심리 지원을 제공하고, 경찰에 제출할 고소장 작성도 도왔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대화 예시. /서울시 제공

B(15)양은 지난 2월 모바일 메신저 ‘오픈채팅’에서 ‘신생 서열방’이라며 새로운 인원을 모집한다는 글을 봤다. 서열방은 단체 채팅 참가자 중 임의로 계급을 나누고, 각 참가자는 자신보다 낮은 계급인 다른 사람에게 원하는 명령을 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B양이 참가하겠다고 하자 서열방 방장은 ‘신체검사(신검)’가 필수라며 신체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고, B양은 얼굴이 나오지 않은 사진을 찍어 보냈다. B양은 생각했던 것보다 높은 계급을 받았고, 계급이 떨어지지 않으려 시키는 대로 계속 사진을 찍어 보냈다.

B양은 방장이 더 노출이 많은 사진을 요구하자 서열방에서 나갔으나, 방장은 개인 메시지를 보내 ‘그동안 보냈던 사진을 유포하겠다’며 다시 방에 들어오라고 종용했다. 결국 다시 서열방에 참여했으나 이번에는 가장 낮은 계급을 받았고, 다른 참가자들은 B양에게 성적인 행위나 사진을 올리라고 명령했다. B양은 학교 상담교사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았고, 교사는 경찰에 신고하고 센터에 연락했다.

센터는 B양의 사진이 유포된 증거를 확보했고, B양이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도와 경찰·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B양이 서열방에 올린 성착취물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유포되는지 모니터링하고 삭제되도록 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입은 아동‧청소년, 시민 등은 센터 상담전용 직통번호 02-815-0382(영상빨리) 나 홈페이지(www.8150382.or.kr)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