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 설치된 CCTV. /서울시

서울시가 시민들이 즐겨 찾는 서울둘레길과 공원 등을 점검한 결과 비상벨이 고장난 채 방치되어 있거나,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어 있지만 높게 자란 나무에 가려 쓸모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감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서울둘레길 7개 코스 일부 구간과 인근 공원 3곳, 어린이놀이터 3곳, 유아숲체험원 3곳 등 시민이용시설 9곳에 대해 안전관리실태를 점검했다.

이번 점검은 지난해 8월 관악구 신림동 등산로에서 벌어진 이상동기 범죄를 계기로 실시됐다. 당시 최윤종은 학교로 출근 중이던 30대 여성 피해자를 성폭행할 목적으로 철제 너클을 낀 주먹으로 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 최윤종은 CCTV가 없는 곳을 미리 물색해둔 뒤 대낮에 범행을 저질렀다.

감사위 점검 결과 서울둘레길 2코스(용마~아차산), 3코스(고덕~일자산)와 공원 등 6곳에는 나무가 높게 자라 있어 CCTV로 감시가 어려운 사각지대가 있었다. 굴다리 때문에 시야가 가려지는 곳도 있었다. CCTV가 설치는 되어 있지만 화질이 크게 떨어져 사람 식별이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서울둘레길 인근 도시공원 4곳은 24시간 개방하는 곳이지만 일부 시간은 CCTV를 지켜보는 인원이 없었다. 한 공원은 주·야간으로 시설 경비원 3명이 교대로 근무하고 있었지만, 교대 시간인 오전 8시부터 10시 30분까지와 오후 7시30분부터 10시까지는 아무도 근무하지 않았다.

서울시가 점검한 결과 한 공원 CCTV는 화질이 나빠 사람을 식별하기 어려웠다. /서울시 감사위
서울시가 점검한 결과 한 공원에 비상벨이 고장난 채 방치되어 있었다. /서울시 감사위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비상벨에도 문제가 있었다. 한 공원에 설치된 비상벨은 공원 내 운영실로 연결돼 있었지만, 업무시간 외에는 운영실에 근무하는 직원이 없었다.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야간에는 비상벨을 눌러도 아무도 출동하지 못하지만 보완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공연장 뒤 옹벽 부근은 사각지대가 있어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지만 비상벨이 고장난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서울둘레길 5코스(관악~호암산) 한 남자화장실 비상벨은 경찰과 통화할 수 있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위급 상황에 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실제 상황이 아니라 실수로 눌렀을 때에도 비상벨을 취소할 방법이 없어 경찰력 낭비 우려도 있다.

감사위는 서울시와 각 구청에 서울둘레길·도시공원 내 CCTV와 비상벨을 전수조사해 개선하라고 했다. 서울시는 2026년까지 공원·등산로 등 서울 전역에 설치된 CCTV를 인공지능(AI) 기반 지능형 CCTV로 전환해 이상동기범죄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할 계획이다. 지능형 CCTV는 행인이 배회하거나 쓰러지고, 폭행이 발생하는 등 위험·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관제센터로 영상을 자동으로 전송해 경찰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