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공덕역 6호선에서 5호선으로 갈아타는 길목. 이날 서울 시내버스 파업에 따라 지하철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평소보다 붐비고 있다. /조연우 기자

28일 오전 8시 20분 대흥역 6호선 봉화산행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도착한 열차에 탑승하지 않고 덩그러니 서 있었다. 열차 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승객이 탑승한 탓이다. 그렇게 두 차례나 눈앞에서 열차를 보낸 뒤 겨우 열차에 몸을 실었다.

이날 오전 4시부터 서울 시내버스 노조 파업에 따른 버스 운행 중단으로 지하철역에 사람들이 몰렸다. 버스로 발이 묶인 직장인들로서는 지하철이 유일한 대안이다. 현재 서울 시내버스는 10대 중 1대도 채 운행하지 않고 있다.

서울 지하철역 내에서는 “금일 서울 시내버스 노조 파업으로 이용객이 많아 혼잡하니 통행에 유의해달라”는 안내가 흘러나왔다. 도착한 지하철 내에서는 “밀지 마세요”, “다음 열차 타세요”라는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오전 비까지 내리면서 승객들은 한층 더 예민한 모습이다.

여의도역으로 출근하는 정세윤(41)씨는 “버스도 없고 택시를 힘들게 잡아도 이 시간대에는 차가 막혀 제시간에 도착하기 힘든데, 전철마저 이 모양”이라며 “다급히 4시간짜리 오전 반반차를 쓰겠다고 회사에 보고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서 쉬다가 출근할 걸 그랬다”고 했다. 은행에서 근무하는 김모(42)씨도 “평소보다 20분 일찍 나왔는데 도착시간이 더 늦어질 것 같다”며 “안 그래도 출퇴근길 지옥철에 시달리고 있는데 파업까지 하면 직장인들은 새벽에 일어나서 출근하란 말이냐”고 언성을 높였다.

28일 오전 서울 시내버스 파업으로 지하철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6호선 대흥역 열차에 승객들이 가득 차 있다. /조연우 기자

5호선과 6호선, 경의중앙선까지 있는 공덕역은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열차 탑승을 위해 지하로 내려가기 위한 에스컬레이터 곳곳에서는 시계를 보며 초조해하는 이들도 여럿 보였다. 한 여성이 “죄송합니다, 지나갈게요”라며 틈을 비집고 들어가자, “너만 지각했냐”, “줄 서서 기다려라” 등 날 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광화문에서 일하는 최모씨는 “원래도 5호선에 사람이 많은 편인데, 오늘은 역대급이다”며 “회사에 지각하는 것도 문제지만 안전요원 없이 이대로 가다간 사고 나는 거 아닌가 싶다”고 했다. 대학생 이씨도 “서울 시내버스 파업 소식을 모르고 있다가 지하철역에 사람들이 몰린 거 보고 그제야 알게 됐다”며 “퇴근 시간대는 피해서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했다.

공덕역 승강장에서 만난 박모(54)씨는 “노사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이렇게 파업을 하면 애먼 시민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 적어도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하철역에 안전 인력을 늘리고,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에 정부가 나서서 중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28일 오전 서울 시내버스 파업으로 지하철로 사람들이 몰려 불편을 겪었다는 글들이 게재되고 있다. /엑스(X·옛 트위터) 갈무리

온라인에서도 이날 출근길 지하철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불편을 겪었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는 “평소보다 사람 수가 두 배는 되는 것 같다”, “사람들한테 밀려 압박당해 기절한 뻔 했다”, “지하철역 입구를 통제했다”는 글들이 게재됐다.

서울시는 시내버스 파업에 따라 출퇴근 혼잡 완화와 불편 해소를 위해 하루 지하철 운영을 총 202회 늘려 운영한다는 계획이지만, 지하철로 몰린 승객들 불편을 덜기는 역부족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