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4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종각으로 향하는 성(性)소수자 축제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진행되고 있다. /조선DB

성(性) 소수자 축제인 ‘서울퀴어퍼레이드’(이하 ‘퀴어축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서울광장에서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퀴어축제 주최 측이 서울광장을 사용하려는 날짜에 다른 행사를 열려는 단체 두 곳도 서울광장 개최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이유로 서울광장에서 퀴어축제가 열리지 않았다.

21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금요일인 오는 5월 31일과 토요일인 6월 1일 서울광장 사용을 원하는 행사는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퀴어퍼레이드, 서울도서관 연례행사 ‘책 읽는 서울광장’, 개신교계 단체가 주최하는 것으로 알려진 ‘부스트 유어 유스’(Boost your youth) 등 3개다. 각 행사를 주최하는 3개 단체는 이날 시청에서 서울광장 사용 여부를 두고 협의에 나섰으나 일정을 조율하지 못했다.

서울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라 연례 기념 행사는 연간 30일 이내 범위에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시민위) 심의를 거쳐 사전 확정한다. 광장 사용일이 중복되면 신고 순위에 따라 수리한다. 순위가 같으면 신고자끼리 협의해 조정한다.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시민위 의견을 들어 어느 행사를 개최할지 결정한다. ▲공익을 목적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행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집회 신고를 마친 행사 ▲공연과 전시회 등 문화예술 행사 ▲어린이, 청소년 관련 행사 ▲그밖에 공익적 행사 등이 우선 순위가 된다.

앞서 퀴어축제 조직위원회는 퀴어퍼레이드를 개최하려 오는 5월 31일과 6월 1일 서울광장을 사용하겠다는 신고서를 제출했다. 책 읽는 서울광장은 올해 5·6·10월 매주 주말과 9월 21일, 29일(총 29일) 광장 사용이 확정됐다. 책 읽는 서울광장은 매주 목요일에서 일요일까지 일주일에 4일 운영하기 때문에 광장 사용을 미리 확정하지 않은 5월 31일은 별도로 사용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스트 유어 유스도 5월 31일과 6월 1일 서울광장 사용을 희망하고 있다.

두 날짜 중 6월 1일은 책 읽는 서울광장 개최가 확정됐다. 서울시는 확정된 날짜를 제외하고 5월 31일 서울광장에서 어떤 행사를 허용할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시민위에 상정해 논의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퀴어축제는 서울광장에서 열리기 어렵다. 조직위는 5월 31일과 6월 1일 이틀간 서울광장 사용을 희망하지만, 본행사는 6월 1일에 열 계획이다. 평일인 5월31일은 사전준비작업을 위해 광장 사용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7월 1일 퀴어축제 때는 서울광장 사용이 불허돼 을지로2가 일대에서 축제가 진행됐다. 같은 날 기독교 단체인 CTS문화재단의 ‘청소년·청년 회복콘서트’가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당시 서울시 시민위는 퀴어축제 조직위와 CTS 문화재단의 행사 2건을 심의해 CTS문화재단 손을 들어줬다.

우리나라에서 성 소수자 축제는 2000년부터 매년 여름 열리고 있다. 서울광장에서는 2015년부터 열렸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로 개최되지 않았다. 2022년 개최됐을 때에는 동성애자인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연설자로 무대에 올라 “어느 곳에서의 차별도 반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