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청이 종량제 쓰레기 성상 분석을 실시하고 있다. /마포구

앞으로 서울 마포구 홍대 앞 음식점과 카페 등 여러 상점이 모여 있는 대형 건물은 쓰레기 처리 비용이 늘어난다. 지금까지는 개별 상점이 내놓는 쓰레기 양이 하루 300㎏을 넘지 않으면 지자체가 수거해 종량제봉투 비용만 부담하면 됐지만, 이제 민간 소각장 등과 계약을 맺고 자체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마포구는 지난 16일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고 소각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행정적·제도적 내용이 담긴 ‘서울특별시 마포구 폐기물 감량에 관한 조례안’을 마포구의회 임시회에 긴급 제출했다고 19일 밝혔다. 마포구 관계자는 “박강수 구청장이 지난달 24일 쓰레기 소각장 추가 건립에 대한 마지막 정책 제안을 했지만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소각장 추가 건립을 강행 결정한 데 따른 것”이라고 했다.

조례안에는 폐기물을 다량 배출하는 건물은 사업자별 쓰레기 발생량과 관계 없이 총량이 1일 300㎏ 이상이면 사업장 배출자로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마포구가 전국 지자체 최초로 도입하는 정책이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1일 300㎏ 이상의 생활폐기물을 배출하는 사업장은 기초 지자체에 사업장 폐기물 배출자로 신고하고, 폐기물을 스스로 처리하거나 위탁 처리해야 한다. 생활폐기물에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음식물·종량제 폐기물과 재활용 가능한 비닐과 페트(PET)류 등이 포함된다. 배출자로 신고하지 않으면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스스로 처리하지 않거나 위탁처리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2021년 기준 1일 300㎏이상 폐기물을 배출하는 사업장은 1256곳이다. 이들 사업장이 배출하는 생활폐기물은 1일 1227t으로, 서울 전체 배출량(7943t)의 15.4%에 해당한다. 66만 가구가 배출하는 폐기물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생활 폐기물을 1일 300㎏ 이상 배출하는 사업장은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릴 수 없고, 민간 소각장 등에 위탁해 처리하게 된다. 종량제봉투에 담긴 쓰레기는 수거·처리 비용을 지자체 예산으로 충당해 시민들은 봉투값만 내면 되는데, 민간 소각장에 위탁하면 모든 비용을 배출자가 부담해야 한다.

마포구 관계자는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환경을 생각하는 시민들과 똑같이 배출하는 폐기물 처리 비용을 세금으로 지원받는 셈”이라며 “쓰레기를 민간에서 처리해야 해 비용이 늘어나면 폐기물 감축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되는 광역 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로 유입되는 쓰레기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다만 조례가 시행되면 기존에는 폐기물 처리 비용을 내지 않던 사업주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많은 사업장이 모여 있는 대형 건물에서는 하루에 300㎏가 넘는 폐기물이 나올 수 있고, 이 경우 관리비로 처리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건물 안에서도 개별 사업장별로 쓰레기 배출량이 달라 갈등이 일어날 소지도 있다. 마포구는 생활폐기물 배출량이 1일 300㎏ 이상인 건물이 어느 정도 있는지 아직 파악하지 않았다. 구 관계자는 “지금부터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 = 박강수 서울 마포구청장이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청에서 쓰레기 소각장 추가 설치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마포구청 제공) 2024.1.24/뉴스1

마포구는 조례안에서 공동주택관리법상 ‘공동주택’과 건축법 11조에 따른 건물 신축의 경우에는 구에서 ‘소각제로가게’ 설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마포구가 선보인 소각제로가게는 쓰레기를 세척하고 분류, 압착, 파쇄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폐스티로폼을 재생원료인 잉곳으로 바꾸는 설비도 있다.

조례안에는 커피찌꺼기(커피박) 재활용 활성화를 위한 내용도 담겼다. 마포구 1585개 커피전문점이 참여하면 하루 5548㎏의 소각 쓰레기를 감량할 수 있다는 게 구 설명이다. 커피박은 퇴비나 연료용 펠릿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현재는 생활폐기물로 배출돼 소각되고 있다. 마포구 관계자는 “커피박을 재활용하려 수거해가니 커피전문점 반응이 좋다”며 “커피박은 방향제로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마포구는 조례안에서 구민들이 자율적으로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도록 동(洞)별 폐기물 발생량 및 감량 현황을 매월 구청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했다. 폐기물 배출자 부담 원칙도 강화한다. 종량제 봉투가 저렴해 재활용률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많아, 배출자 부담 원칙을 강화할 수 있다고 규정을 개정해 적극적인 분리배출을 유도할 방침이다.

또 재활용 가능 자원의 효율적 수거를 위해 중점 수거 품목을 확대했다. 종전 종이류부터 의류까지 12개 품목이던 중점 수거 품목에 커피찌꺼기와 봉제원단을 추가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조례안은 마포구만의 선진적인 환경 정책과 소각 쓰레기 감량 노력을 한층 강화하며 구민 참여를 독려하는 첫 단계”라며 “이런 노력이 서울시를 넘어 전국으로 퍼진다면 기후 위기시대 속 탄소 중립을 위한 긍정적인 변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