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앞. 정부가 내년 대학입시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천명 늘리기로 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6일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기로 결정했다. 증원은 당장 2025학년도 대입부터 적용된다. 3월부터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학생부터 의대 정원이 기존보다 65.4% 늘어나면서 입시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 자연계열 합격생의 78.5%가 ‘의대 합격권’에 들면서 상위권 학생들이 의대로 이탈하고, 주요대학 자연계열 합격선이 줄줄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2025학년도 입시에서 의대 정원을 현행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늘린다고 밝혔다. 의대 정원을 크게 늘려 의사를 2035년까지 10년간 총 1만명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현재는 SKY 합격생의 45.4%가 의대 진학이 가능한 수준이다. 이번 증원으로 총 78.5%까지 의대에 합격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에 증원되는 규모(2000명)만 봐도 서울대 자연계열(1775명) 모집 정원보다 많다. SKY 이공계열 전체 선발 인원(4884명)의 41%에 해당하는 수치다.

의대 합격선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의대 정시 합격선은 국어·수학·탐구영역 백분위(300점 만점) 285.9점이다. 2000명 증원할 경우 4.5점 하락해 281.4점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게 종로학원 추정이다.

의대를 노리고 대학에 다니면서 수능을 다시 보는 반수생이 늘며 2025학년도 대입에서 이른바 ‘N수생’은 역대 최대 규모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24학년도 수능(50만4588명 응시)에서 N수생 비율은 35.3%(17만7942명)로 28년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 수능에서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제) 배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N수생이 늘었다면, 이번에는 의대 입학을 위해 재도전을 하는 수험생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상위권대) 이공계, 의대, 치대, 약대, 합격선까지 모두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연고나 카이스트 등 이공계에서 의대로 방향을 선회하는 학생이 증가할 수 있다”며 “치대나 한의대에서 의대로, 약대에서 의대로 진학을 변경할 수 있다”고 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도미노같은 입시 현실을 고려하면 의대를 제외한 다른 대학의 합격선이 1~2개 대학 정도 하락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대학에 다니던 학생들도 재도전을 고민하거나 시도할 수 있는 (증원) 숫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