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한모씨는 오는 31일 새벽 1시에 펼쳐지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아시안컵 16강 경기를 보기 위해 직장에 연차를 냈다. 집 근처 극장에서 대형 화면으로 경기를 즐기기 위해 생중계 티켓까지 예매했다. 한씨는 "말레이시아전이 끝난 뒤 16강에 진출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극장 생중계를 예매했지만, 곱씹어볼수록 평일 새벽에 돈 주고 극장까지 나가서 봐야 할 수준의 경기력이 아닌 것 같아 결국 예매를 취소했다"고 말했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를 필두로 '황금 세대'를 구축한 한국 축구 대표팀이 아시안컵에서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치면서 극장가와 외식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저조한 경기력으로 아시안컵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면서 기대했던 만큼의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GV에서 개최한 아시안컵 16강 경기 극장 생중계 이벤트는 이날 정오 기준 예매율이 0.2%로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애초 CGV는 전국 35개 극장에서 생중계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신촌 아트레온, 방학, 소풍 등 5개 극장은 이날 오전까지 표가 하나도 팔리지 않아 생중계 상영을 취소했다.
2년 전 카타르 월드컵 16강 경기를 앞두고 진행한 생중계 행사와 비교하면 정반대 분위기다. 당시 16강 브라질전은 평일 새벽 4시 경기였지만, 생중계를 진행한 73개 극장 좌석 대부분이 매진됐다. '영원한 월드컵 우승 후보' 브라질과 맞붙는 탓에 8강 진출 가능성은 희박했으나, 조별리그에서 대표팀이 보여준 활약에 힘입어 많은 이들이 새벽 응원 행렬에 나섰던 것이다.
외식업계도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이 지난 25일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했다면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하면서 일본과 맞붙을 예정이었다. 경기 일정도 31일 오후 8시 30분으로 외식업계가 아시안컵 특수를 크게 누릴 수 있는 시간대였다.
그러나 한국이 졸전 끝에 말레이시아와 3:3으로 비기면서 '황금 시간대 한일전'은 무산됐다. 송파구에서 이자카야를 운영 중인 50대 남성 김모씨는 "주변 자영업자들끼리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클린스만 감독이 매출을 앗아갔다는 말도 한다"고 했다.
특히 치킨집 사장들 사이에서 아쉽다는 반응이 많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통계에 따르면 카타르 월드컵이 펼쳐진 지난 2022년 11월 치킨 전문점 매출은 그해 10월보다 6.3% 늘었다. 이는 음식점업 전체 업종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었다.
강남구에서 10년 넘게 치킨집을 운영한 60대 남성 이모씨는 "축구 대표팀 토너먼트 컵 대회는 치킨집 입장에서 '매출 보증 수표'나 다름없었다"며 "지난 카타르 월드컵 기간 때도 상당한 매출을 올린 만큼 이번 아시안컵도 기대가 컸는데 생각만큼 분위기가 올라오지 않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축구 대표팀은 독일 축구 전설인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함께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한다.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 이재성, 김민재 등 공수 전반에 걸쳐 역대급 선수들이 대회에 참가하며 64년 만에 '우승 최적기'가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