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신경끄기의 기술(2016)’ 등을 집필한 미국 작가 마크 맨슨이 지난 22일 자신의 유튜브에 올린 한국 여행기가 일주일 만에 조회수 60만회를 넘는 등 화제다.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여행하다(I traveled to the Most Depressed Country in the World)’라는 제목의 이 영상에서 맨슨은 한국이 “유교주의와 자본주의의 단점을 극대화한 결과 엄청난 스트레스와 절망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심리적 우울감 등에서 비롯된 자살률이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부동의 1위를 기록하는 상황에 대해 제3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이 영상에 연령과 성별을 불문하고 많은 한국인들이 댓글에서 공감을 표하고 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마크 맨슨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여행하다'란 제목의 한국 여행기를 올렸다. / 유튜브 캡처

맨슨은 한국 여행기를 담은 약 24분 분량의 영상에서 한국 사회의 우울증이 “유교와 자본주의의 장점을 무시하고 단점을 극대화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불행히도 한국은 유교의 가장 나쁜 부분인 수치심과 남을 판단하는 것을 극대화한 반면, 장점인 가족이나 지역 사회와의 친밀감을 저버렸다”고 했다. 이어 “자본주의의 최악의 단면인 현란한 물질주의와 돈벌이에 대한 집착을 강조하지만, 가장 좋은 부분인 자기 표현과 개인주의는 무시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상충되는 가치관이 엄청난 스트레스와 절망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정신 건강 위기를 이해하려면 1990년대 인기 비디오 게임 스타크래프트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유망한 젊은이들을 사관학교에서 교육시키고 사회적 압력과 경쟁을 가해 성과를 내는 일종의 성공 공식이 스타크래프트에서 시작해 K팝, 삼성 등 여러 분야로 복제됐다는 것이다. 맨슨은 “예컨대 K팝 스타는 어린 시절 오디션으로 모집돼 기숙학교에 보내지고 스포츠 선수도 마찬가지”라며 “심지어 삼성도 기숙사와 교통수단, 병원 등 네트워크를 갖춰 직원들이 말 그대로 직장을 떠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작용으로 ‘심리적인 낙진(거대한 폭발에 따라 생겨난 잿더미로 상당한 범위에 영향을 줌)’이 생겨났다고 맨슨은 분석했다. 한국 사회가 유치원부터 입시 경쟁이 시작되거나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완벽주의 성향을 갖게 된 것은 역사, 북한과의 갈등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는 “전쟁 후 20세기의 경제 번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자신이 만난 한국인들은 이런 문제를 숨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해결책을 찾으려 해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드문 이런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야말로 한국의 진짜 슈퍼 파워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보면 어떤 어려움과 도전에 처하든 항상 길을 찾아왔다는 점을 알게 된다”면서 “새로운 실존적 도전에 직면한 그들이 또다시 길을 찾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