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합동감식반이 지난 24일 오전 대형화재가 난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에서 지난 22일 밤 발생한 화재로 292개 점포 가운데 수산물동과 식당동, 일반동 내 점포 227개가 소실됐다. 별관에 있는 65개 점포를 제외하면 같은 건물에 있는 점포는 모두 불에 타 재가 됐다.

119 소방대는 신고 접수 3분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불은 강풍을 타고 빠르게 번졌다. 소방당국은 화재가 빠르게 확산된 원인으로 '샌드위치 패널'을 꼽았다. 불이 쉽게 타오르는 샌드위치 패널 자재로 지어진 점포가 다닥다닥 붙어 있어 순식간에 불에 타오른 것이다. 김영배 서천소방서장은 화재 현장 브리핑에서 "수산물 1층 점포에서 스파크가 튀면서 불길이 시작됐다"며 "점포들이 불이 쉽게 번지는 샌드위치 패널로 돼 있는 데다 강풍까지 불어 불길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샌드위치 패널로 인한 화재는 반복돼 왔다. 1999년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 2008년 경기 이천시 냉동창고 화재, 2013년 경기 안성시 냉동창고 화재, 2016년 대구 서문시장 화재, 2020년 이천 물류창고 화재도 샌드위치 패널이 피해를 키웠다고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화재를 막기 위해 샌드위치 패널 안전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현재 대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지난 22일 오후 11시 8분쯤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에서 불이 나 점포 227개가 탔다. 불은 인명 피해 없이 9시간 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연합뉴스

◇샌드위치 패널, 싸고 단열 우수하지만 화재 취약…건축법 개정해 사용 제한

28일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최근 5년(2019년 1월 25일~2024년 1월 25일)간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는 1만5941건이다. 인명 피해는 1007명(사망 96명·부상 911명), 재산 피해는 총 1조3406억원이다. 화재 건당 재산 피해는 샌드위치 패널 화재가 8410만원으로 전체 평균(2918만원)보다 높다.

샌드위치 패널은 철판이나 판자 사이에 단열재인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을 넣은 건축 자재다. 값이 싸고 건설 기간이 짧고 단열이 잘 되지만 화재에 취약하다. 작은 불씨에도 쉽게 불이 옮겨 붙고 한번 불에 타면 유독가스를 뿜어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대원이 접근하기 어렵다.

화재가 반복되자 2020년 12월 건축법이 개정되며 샌드위치 패널 같은 복합 자재는 방화 성능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초에는 표준모델 제도가 2년간 한시적으로 도입됐다. 협회가 실물 모형 시험 등을 통해 화재 성능을 검증받으면 회원사는 성능·밀도·시공 방식 등이 같은 경우 별도 시험 없이 건축 자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경실련 "인증 받은 샌드위치 패널 10개 중 9개 부적합"

이 과정에서 시중에 유통되는 건축 자재에 안전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국토부가 작년 11월 표준모델 사용 인증 10개 업체의 샌드위치 패널을 조사한 결과 9개가 부적합 제품이었다. 건축법이 강화됐지만, 실제로 국민 안전을 확보하지는 못했다는 게 경실련 측 주장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업계 민원을 이유로 안전을 무시하고 표준모델 제도를 도입한 결과 업체들이 별도 시험 없이 패널을 제조, 판매할 수 있게 됐다"며 "시중에 유통되는 샌드위치 패널 대부분이 화재에 취약한 불량 자재가 되는 셈"이라고 했다.

지난 22일 오후 11시8분쯤 충청남도 서천군 서천특화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치솟아 오르고 있다. /뉴스1

서천시장은 2004년 지어져 바뀐 건축법의 적용을 받지는 않지만, 현행 제도 하에서 지어지는 건물에서도 비슷한 화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천시장은 예전에 지어졌고 그때는 지금만큼 규제가 있지 않았다"며 "현재 규제를 강화해 샌드위치 패널과 관련해 계속 모니터링을 하고 행정 조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샌드위치 패널은 철판 사이 단열재에 전기 배선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 쉽게 불이 붙는다"며 "샌드위치 패널을 쓰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꼭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해야 한다면 "철판과 철판 사이에 불에 타지 않는 단열재를 써야 한다"면서 "다만 비용이 기존보다 1.5배에서 2배정도 더 든다"고 했다.

공 교수는 "정부나 지자체가 전통시장 환경 개선 사업을 하고 있다"며 "전기 불꽃이 튀면 곧바로 전기가 끊기는 아크 차단기를 확대 설치하는 등 안전에 대해 지금보다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