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이 3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에 위치한 강주물·주조 업체인 '하이메트'를 방문,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제 관련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외국인 근로자가 비전문 취업(E-9) 비자로 국내에 입국에 일정 기간 취업활동을 하는 고용허가제도가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가 일하는 사업장을 변경하기 어렵도록 가로막고 있는 규제가 완화되고, 사업장 잘못으로 한국에 재입국해 취업활동을 할 수 없게 되는 불이익이 없어지도록 제도가 개선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9일 외국인 근로자 권익 보호와 인력 활용을 위해 사업장 변경, 재고용·재입국 특례 고용허가 규제 완화 등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E-9) 개선 방안’을 마련해 고용노동부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을 구하지 못한 국내 사업장이 정부로부터 고용허가를 받아 비전문 외국 인력을 고용하는 제도다. 외국인 근로자는 최초 입국 후 3년간, 이후 1년10개월간 재고용돼 일할 수 있다. 4년10개월간 사업장 변경 없이 성실히 근무한 후 자진 귀국한 재입국 특례 고용허가를 받아 외국인 근로자는 본국으로 돌아가 1개월간 머무른 뒤 다시 입국해 4년10개월을 더 일할 수 있다.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는 이렇게 총 9년8개월 간 한국에서 취업활동이 가능하다.

인력난이 심각한 조선업에 지난해 조선업 신규 쿼터가 도입되는 등 외국인력 확대 정책에 따라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 규모가 급증했다. 올해는 역대 최대인 16만5000명을 도입한다. 권익위는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난 가운데 고용허가제도 규제·관리가 엄격해 사업장 변경, 재고용(연장), 재입국 특례 등 관련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가 일하는 사업장을 바꾸려 할 때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지방고용노동관서는 사업장 잘못이나 불가피한 사유로 기한 내 신청을 하지 못한 경우 기간을 잘 연장해주지 않았다. 신청 기간 연장은 업무상 재해, 질병, 임신, 출산 등으로 엄격히 제한했다. 또 노동당국은 사업장 잘못으로 신청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지방고용노동관서와 법무부로부터 근무처 변경 허가를 받지 못한 경우에도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지 않았다.

권익위는 근무처 변경 허가 신청 기간 연장 사유를 ‘사회통념 상 사정이 있는 경우’ 등으로 폭넓게 적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하도록 했다.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1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용노동부에 제도 개선 권고한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 E-9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외국인고용법에 따르면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는 취업활동기간(3년)이 만료될 때까지 근로계약기간이 1개월 이상 유지되는 경우 사용자가 재고용 허가 신청을 하면 1년10개월간 더 일할 수 있다. 그런데 사업장이 휴·폐업하는 등 외국인 근로자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사업장을 변경한 경우에도 근로계약 유지 기간 1개월을 충족하지 않으면 노동당국이 재고용을 허용하지 않았다. 또 건설업종은 재고용 허가 기간을 다른 업종처럼 ‘1년 10개월’이 아닌 공사계약기간으로 제한해 사업주가 어려움을 겪었다.

권익위는 외국인 근로자 책임이 아니라면 근로계약 유지 기간 1개월을 충족하지 않아도 재고용 허가 기회를 부여하도록 했다. 또 건설업종도 다른 업종처럼 1년 10개월 간 재고용할 수 있도록 해 건설 현장 인력난이 해소되도록 했다.

현재는 4년10개월간 일한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가 재입국해 4년10개월간 더 일하려 할 때, 사업장이 내국인 고용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면 재입국 특례 고용허가를 받을 수 없다. 권익위는 사업장 잘못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불이익을 받는다면 사업장 변경 등 구제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또 취업활동기간 만료 전 재입국 특례 고용허가 신청 안내를 하도록 해 희망자가 누락되지 않도록 했다.

권익위는 고용허가제 개선 방안을 내년 12월까지 추진하라고 고용부에 권고했다. 김태규 권익위 부위원장은 “국내 인력난 해소에 대응해 외국인력 활용을 위한 범정부적인 참여와 협조가 필요하다”라며 “앞으로도 고충 해소는 물론,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