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시는 국내 최초로 섬마을 폐교를 활용해 공공형 고양이 보호·분양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고양이 ‘재범’ /통영시동물복지플랫폼

학령 인구 감소로 전국에 문을 닫은 학교가 증가하자, 시·도 교육청의 폐교 활용법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수련원 등 교육 시설로 이용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길고양이를 구조해 보호하고 분양하는 공간으로 조성하거나 첨단 기술을 접목한 드론센터도 들어서고 있다. 학생들이 뛰어 놀던 학교 운동장은 지역 주민들의 편의를 위한 주차장으로 바뀌었다.

18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KEDI)에 따르면 전국 초·등·고등학교 학생 수는 올해 513만1218명에서 오는 2029년 427만5022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초등학생 수는 올해 248만1248명이지만, 급속히 줄어 2028년 187만580명으로 200만명선이 붕괴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9년 172만9805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학령 인구 감소로 문을 닫은 학교는 이미 많다. 교육부의 전국 시·도 교육청 폐교 재산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전국에 폐교된 공립학교는 3922곳이다. 이 중 다른 기관에 매각한 경우 등을 제외하고 교육청이 보유한 미(未)활용 폐교는 358곳이다. 지역별로 전남(83곳), 경남(75곳), 강원(55곳), 경북(54곳), 충북(21곳), 충남(18곳), 경기(17곳), 제주(11곳), 전북·인천(각 7곳), 울산(4곳), 서울(3곳), 부산(2곳), 대전(1곳), 울산(4곳) 등이다.

토지 가격을 기준으로 추정한 미활용 폐교의 경제적 가치는 3681억원에 달한다. 학생이 없다고 문을 닫아두면 가치가 그대로 허공으로 사라지는 셈이다.

경남 통영시는 국내 최초로 섬마을 폐교를 활용해 공공형 고양이 보호·분양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통영시청

경남 통영시는 폐교를 고양이 보호·입양 시설로 꾸몄다. 2012년 문을 닫은 한산초 용호분교는 작년 9월 국내 유일의 공공형 고양이 보호·분양센터로 재단장했다. 통영시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구조된 고양이를 치료하고 보호한 뒤 다시 입양을 보내는 게 센터의 역할이다.

이 사업은 2020년 경남 주민참여예산 공모 사업에 선정돼 4억여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운동장을 포함한 총 3556㎡ 규모의 2층짜리 시설에 보호실, 치료실, 노령묘 공간, 캣북카페 등을 갖춰 고양이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도록 했다. 현재 20여 마리의 고양이가 있고 최대 120 마리까지 수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6개월(추정) 된 수컷과 암컷 고양이 2마리를 각각 분양보냈다.

통영시는 유기동물 입양 시 건강 검진과 예방 접종, 중성화 수술을 무료로 지원한다. 통영시 관계자는 “올바른 반려동물 입양 문화를 확산하겠다”며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반려동물 친화도시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경북 고령군은 지난달 폐교된 개진면 직동초 부속 건물에 사업비 4억5000만원을 들여 드론센터를 준공했다. 드론 방제, 교육, 경정비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고령군은 드론센터를 스마트농업, 항공 촬영, 재난 대응 등에 활용하며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강원도 삼척시가 폐교를 숙박 시설로 리모델링해 만든 덕풍계곡 힐링타운. /삼척시

강원 삼척시는 폐교를 리조트로 만들어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에 위치한 오저초 풍곡분교는 지난 2012년 폐교된 후 방치됐다. 삼척시는 부지와 건물 매입비·공사비 등 37억여 원을 들여 숙박 시설로 재단장했고, 덕풍계곡 힐링타운이라는 이름으로 작년 7월 문을 열었다. 게스트하우스(6실)과 펜션(8동)에 총 60명을 수용할 수 있고, 카페 등을 조성했다.

삼척시는 고곡면 하월산리에 있는 근덕초 노곡분교도 숙소와 야영장, 물놀이장, 바비큐장 등을 갖춘 리조트로 재단장해 오는 2025년 문을 열 계획이다. 사업비로는 지역소멸 대응기금 33억9000만원이 투입된다.

서울도 폐교를 피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 1983년 문을 연 광진구 화양초는 개교 40주년 만인 지난해 3월 문을 닫았다. 인근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을 중심으로 상권이 확장되고 주택가가 축소되며 학생들이 줄어든 영향이다. 현재 화양초 운동장은 주차장으로 바뀌었다. 지역 주민은 월 5만원에 차를 세울 수 있다.

지난 16일 서울 광진구 화양초 모습. 화양초는 학생 감소로 지난해 폐교돼 주차장으로 바뀌었다. /뉴스1

화양초 입구에는 ‘광진구청이 유료 개방해 운영하는 주차장입니다. 미배정 차량이 무단 주차할 경우 견인 조치합니다. 차량 파손이나 도난 등 손해에 대해서는 귀책 사유를 입증하지 않는 한 소유자 책임입니다’ 등의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운동장 한켠은 걷기, 달리기, 산책, 줄넘기 등을 위한 시설로 24시간 개방한다. 다만 음주, 취사, 흡연, 소음 유발 행위와 체육단체 사용 등은 불가능하다.

서울시는 늘어나는 폐교 부지를 시민들과 함께 쓸 수 있는 지역 거점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019년부터 오는 2028년까지 폐교했거나 폐교할 예정인 부지를 활용하기 위해 ‘학교 부지 전략 거점 조성 기본 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학교는 지역 사회 중심에 위치한 주요 공간으로 교육 뿐만 아니라 문화, 여가, 재난 대응 등 다양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