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모(31)씨는 지난달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온라인에서 주문한 2만원대 ‘홈마카세’ 제품으로 아내와 저녁을 해결했다. 치솟은 물가로 기념일마다 아내와 찾던 고급 레스토랑을 찾기가 부담스러워진 데 따른 ‘고육책’이다. 그는 “고급 레스토랑의 5분의 1도 채 안 되는 가격으로 식재료를 구했다”며 “도매가격으로 구매하면 집에서도 고급 음식점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고 했다.

'네이버 쇼핑'에서 '홈마카세'를 검색한 결과 2~4만원대 홈마카세 판매업체 900여개가 있었다./ 인터넷 캡처

고물가로 집에서 오마카세를 즐길 수 있는 이른바 ‘홈마카세’가 인기다. 부담 없는 가격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한 끼에 10만원, 많게는 30만원이 웃도는 고급 식당 메뉴를 3만원 이내로 즐길 수 있다. 공급업체는 주로 식당에 재료를 납품하는 수산물 중도매인들로, 식당에서 최소 10만원에 즐길 수 있는 식품 세트를 평균 2만원대로 판매하고 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네이버쇼핑에서 ‘홈마카세’ 검색량은 전월(4122회)보다 69.09% 증가한 6970회로 집계됐다. 지난 10월(3371회)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었다.

고물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연말을 맞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소비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식당, 도매 업장 등 약 1000개 거래처와 제휴 중인 한 홈마카세 판매업체 업주는 “고급 식당에 제공하던 수산물을 집에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가성비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주변 판매업체도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고 했다.

홈마카세 메뉴 중에서는 ‘단새우’, ‘우니’, ‘감태’ 등이 잘 팔린다고 한다. 해당 재료들은 오마카세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자주 나오는 단골 메뉴들이다.

반면 요식업계는 고물가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레스토랑을 8년째 운영 중인 한 자영업자는 “소비 심리 위축으로 그동안 유행했던 고급 레스토랑, 오마카세 가게가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인건비, 재료비 등에 부담을 느껴 휴업하거나 폐업하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유행했던 오마카세, 파인다이닝 수십 곳은 소비 위축과 고물가 부담에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줄줄이 폐업하고 있다.

저녁 코스 1명당 37만원대에 달하는 고급 식당 ‘모수’는 이달 31일부로 폐업 예정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모수는 국내 유일 미쉐린 별 세 개 식당으로, CJ제일제당이 투자해 주목받았다. 그러나 문을 연 지 6년 만에 소비 침체 현상으로 자금난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9~11월부터 파인다이닝 외식그룹 ‘오픈’도 유동성 위기로 직원들에게 월급 지급 못 하면서 소속 식당들이 문을 닫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