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쓰레기와 돼지 분뇨로 바이오가스를 만들어 지금 발전기가 돌아갑니다. 500가구가 쓸 수 있는 양입니다"
제주 서귀포시에서 지난달 22일 오전에 만난 한라산바이오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음식물 쓰레기와 가축 분뇨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그런 악취는 없었고, 발전기도 조용하게 가동됐다.
이 공장에는 폭설이 내리고 있는 와중에도 수거한 음식물 쓰레기를 담은 트럭 한 대가 들어왔다. 이렇게 음식물 쓰레기와 가축 분뇨 등 유기성 폐자원을 미생물로 분해하면 바이오가스로 바뀌고, 이 가스로 발전기를 돌리면 전력이 생산된다. 온실가스를 연간 2000~3000t씩 감축하는 효과도 있다.
◇자연 아름다운 제주도, 음식물 쓰레기와 가축 분뇨로 속앓이
제주도는 자연 환경이 아름답지만, 섬이면서 관광지라는 점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와 가축 분뇨는 제주도 관광 산업의 그늘이다. 관광객이 늘어나 흑돼지를 많이 먹을수록 음식물 쓰레기와 가축 분뇨가 늘어난다. 제주도 인구는 67만명 수준이지만, 관광객은 매달 100만명, 연간 1200만~1300만명이 찾는다. 양돈장도 총 257곳 있다. 2020년 제주도에서는 매일 생활 폐기물이 1320t 발생했다.
처리도 쉽지 않다. 음식물 쓰레기를 바로 매립하거나 가축 분뇨를 바다에 버리는 것은 각각 지난 2005년, 2012년부터 금지됐다. 낙동강에서는 야적돼 있던 가축분뇨가 비에 쓸려 내려가며 녹조가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 제주도는 가축 분뇨 등으로 액비(液肥⋅액상 비료)를 연간 61만t 만들어 목초지와 골프장 등에 살포하고 있지만, 지나치면 지하수가 오염되는 문제도 있다.
그래서 등장한 대안이 음식물 쓰레기와 가축 분뇨 등 유기성 폐자원으로 바이오가스를 만든다. 유기성 폐자원을 액비⋅퇴비로 만들고 정화 처리하는 기존 방식을 유지하면서 점차 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도 줄어 '2030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게 제주도 설명이다.
다만 지역 주민들은 음식물 쓰레기와 가축 분뇨가 한 곳에 모이면 악취가 난다는 이유로 관련 시설을 기피할 수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에너지화 시설에서 생산되는 전기와 난방열을 지역 주민에게 환원하는 등 상생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하루에 500가구 사용할 수 있는 전력 생산해 팔아 월 매출 2200만원
한라산바이오는 음식물 쓰레기 폐수(음폐수)와 가축 분뇨를 수거해 불순물을 걸러내고 산발효조에서 혼합하는 과정을 거친다. 가축 분뇨는 다른 유기성 폐자원보다 유기물 비중이 낮아 음식물 쓰레기와 섞어 생산 효율을 높인다.
혼합 후 음식물 쓰레기와 가축 분뇨는 혐기성 발효조로 옮겨진다.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40도의 열을 받으며 미생물로 분해되어 바이오가스가 만들어진다. 바이오가스는 메탄, 이산화탄소, 황화수소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라산바이오는 탈황(脫黃) 장치로 황화수소 비중을 줄이고 메탄 비중을 70%로 유지한다.
한라산바이오는 이런 과정으로 하루에 가축분뇨 95.3t과 음식물 쓰레기 폐수 30t으로 바이오가스를 약 3400㎥ 생산한다. 순도 높은 바이오가스로 전력을 한 달에 약180㎿h 생산한다. 전력은 전력거래소에 판매해 월 2200만~23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 음식물 쓰레기와 가축 분뇨를 처리해주면서 받는 매출액은 별도다. 송명화 한라산바이오 대표는 "바이오가스로 환경에 기여하고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고 했다.
◇음식물 쓰레기·가축 분뇨와 전쟁…지자체, 바이오가스에 주목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가스 생산과 활용은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바이오가스법이 시행되어 유기성 폐자원을 일정량 이상 배출하는 지자체는 바이오가스를 의무적으로 생산해야 한다. 유기성 폐자원으로 만들 수 있는 바이오가스 최대 생산량을 기준으로 공공부문 생산량은 2025년 50%, 2045년에는 80%를 달성해야 한다.
제주도는 바이오가스로 만드는 방법으로 유기성 폐자원을 2026년 885t, 2030년 1488t, 2033년 2565t 처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9월에는 499억6000만원을 투입해 가축 분뇨 공공 처리 시설을 증설했다. 하루 최대 200t까지 처리할 수 있었지만, 최대 430t으로 용량이 늘었다. 시설에서 얻은 바이오가스로는 전력을 생산한다.
또 제주도는 지난해 10월 SK인천석유화학과 가축 분뇨 바이오가스 생산 협력 추진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기존 가축 분뇨 처리 시설을 개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