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폐지를 수집해 팔아 돈을 버는 노인이 4만2000명으로 추정됐다. 전체 노인 인구(950만명)의 0.4% 수준이다. 폐지수집 노인 평균 연령은 76세였고, 남성(57.7%)이 여성보다 많았다. 폐지수집 노인은 하루에 5.4시간씩 일주일에 6일 폐지를 줍고, 모은 폐지를 고물상에 팔아 월 15만9000원의 수입을 얻었다. 하루 평균 6225원이다.

보건복지부는 28일 이 같은 폐지수집 노인 현황과 활동 실태, 복지 욕구 등을 담은 '2023년 폐지수집 노인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실태조사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지난 6월부터 이달까지 폐지수집 노인 1035명과 전국 폐지 납품 고물상 105개를 대상으로 1대1 대면 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했다. 복지부는 폐지수집 노인 지원대책도 발표했다.

2022년 4월 26일 오후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고물상. 한 노인이 폐품, 폐지 등을 손수레에 싣고 고물상으로 들어가고 있다. /조선DB

◇폐지 1㎏에 2017년 144원, 올해는 74원…"단가 하락해 어려움 겪어"

폐지수집 노인을 연령별로 나누면 80대 이상이 30.4%로 가장 많다. 이어 75~79세 27.4%, 70~74세 24.7%, 65~69세 17.4% 순이다. 가구원 수는 평균 1.7명으로, 독거가구는 36.4%다. 학력은 '중졸 이하'가 85.1%다.

폐지수집을 하는 목적은 '생계비 마련' 54.8%, '용돈이 필요해서' 29.3%, '건강 관리' 9.1% 순이었다. 이들 중 85.9%는 과거 경제활동 경험이 있었고, 평균 기간은 23.7년이다. 경제활동을 중단하게 된 사유는 '건강 악화' 39%, '해고·명예퇴직 등' 26.1%, '근로 환경 불만족' 13.6%다. 폐지수집 활동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다른 직종 구직 곤란'이 38.9%로 가장 많았다. '현금 선호'는 29.7%, '자유로운 활동'은 16.1%로 나타났다.

폐지수집 노인 중 9.5%는 다른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청소가 23.2%, 농림·어업이 10.7%, 경비·시설관리가 9.9%다. 폐지 단가가 하락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응답자는 81.6%로 나타났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1㎏ 당 폐지 가격은 2010년에는 161원이었지만, 2017년 144원, 지난해 84원, 올해 74원 등 낮아지는 추세다.

폐지수집 노인이 폐지를 팔아 버는 수입은 월 평균 15만9000원이다. 그러나 월 평균 개인소득은 74만2000원 가구소득은 113만5000원이다. 전체 노인의 월 평균 개인소득(129만8000원)의 57% 수준이다. 93.2%가 기초연금을 받고 있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12.7%였다. 24.9%는 공적연금을 받는다고 답했다. 주된 소득은 1인 가구 기준으로 월 32만원 정도 지급되는 기초연금(49.9%)이었다.

폐지수집 노인 중 22%는 폐지를 줍다 부상을 입었고, 6.3%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폐지수집 노인들은 32.7%가 '건강하지 않다'고 답했다. 전체 노인 중에서는 14.7%만 스스로가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39.4%는 우울 증상을 보였다. 전체 노인(13.5%)에 비애 크게 높다.'

정부가 시행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은 79%가 알고 있었다. 그런데 폐지수집 노인 중 9%만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었고, 앞으로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는 47.3%에 그쳤다. 노인일자리에 참여하기를 원치 않은 이유로는 '폐지 수집이 익숙하다'가 37.9%, '현금 수입을 선호한다'가 14.8%, '혼자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가 12.6%였다.

폐지수집 노인들은 85.3%가 현금 지급 등 경제적 지원을 원했다. 식료품 지원은 36.9%, 생활용품 지원은 26.9%, 일자리 지원은 18.6%가 원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되기를 원하는 비율은 12.6%였다.

폐지수집 노인 실태조사 결과. /보건복지부

◇폐지수집 노인 전수조사해 노인일자리·보건복지서비스 지원

정부는 폐지수집 노인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노인일자리 사업을 연계해주고, 보건복지서비스를 지원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지방자치단체는 내년 1월부터 지역 내 폐지수집 노인을 전수조사하고, 주기적으로 현황을 점검한다. 복지부는 이번 실태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고물상 명단을 시·군·구에 공유한다. 시·군·구가 폐지수집 노인 명단을 확보하면 주기적으로 노인일자리·보건복지서비스 지원 현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폐지수집 노인에게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도록 해 더 높은 소득을 보장한다. 내년 노인일자리는 103만개로 올해보다 14만7000개 늘었다. 75세 이상 폐지수집 노인에게는 수당을 월 29만원까지 받을 수 있는 공익활동형 노인일자리 참여를 유도한다. 근로능력이 우수한 노인은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로 유도해 월 76만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폐지수집 활동을 이어가려는 노인에게는 '자원 재활용 시장형 사업단'(가칭)에 연계해준다. 현재 폐지수집과 유사한 활동을 하고 있는 시장형 사업단에는 약 2500명의 노인이 참여해 월 평균 38만원의 수입을 얻고 있다. 시장형 사업단에 참여하면 방한용품과 야광장치 등 안전용품도 지원받는다. 상해보험에도 가입돼 보장을 받을 수 있다.

폐지수집 노인이 기초생활보장제도나 기초연금에서 누락된 경우 신청해 소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가구원 중 우울증·치매 환자가 있는 경우 시·군·구가 통합사례관리를 지원한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이번 실태조사에 대해 "빈곤 노인의 대표적 이미지로 묘사되던 폐지수집 노인의 현황, 생활 실태, 복지 욕구 등을 최초로 조사한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어 "폐지수집 노인들이 지역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보건·복지서비스를 연계하고,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