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이였던 지난 25일 오전 1시. 인파가 몰린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집으로 향하던 이모(28)씨는 예기치 못한 ‘귀가 전쟁’에 당황했다. 택시비를 두 배 내겠다는 제안에도 거듭 승차를 거부당했다. 결국 이씨는 3km 떨어진 심야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갔다. 지난 11월 서울시가 번화가 12곳에 ‘임시 택시 승차대’를 설치하면서 택시 대란을 막기 위해 나섰지만, 막상 성탄절 인파가 몰리는 명동은 승차 지원 지역에 해당하지 않아 승차난이 가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2일 택시기사 A씨가 서울시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으로부터 받은 '임시 택시 승차대' 문자 내용./ 조연우 기자

26일 서울 실시간 도시 데이터에 따르면 크리스마스이브인 지난 24일 오후 7시쯤부터 임시 택시 승차대가 있는 홍대 관광특구에는 9만명, 강남역은 4만2000명이 모였다. 심야 승차 지원 지역이 아닌 명동 관광특구에서는 9만6000여명이 밀집돼 22일 같은 시간 대비 인파가 45% 늘었다. 명동거리는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빈 차’ 표시등이 켜진 택시에 벌 떼같이 몰려들거나 중앙선까지 나가 차량을 가로막았다.

택시 대란으로 귀가가 곤란해진 일부 시민들은 근처 숙박시설을 알아보기도 했다. 친구와 함께 명동거리에 놀러 온 김모씨(32)는 “연말 모임을 마치고 오후 11시부터 택시를 잡기 시작했지만, 1시간 넘게 기다리는 중”이라며 “대형 택시 ‘벤티’, 고급형 택시 ‘블랙’을 불러도 택시가 안 잡혀서 근처 숙박시설을 찾아보고 있다”고 했다.

12월 임시승차대 운영장소 및 시간대별 인센티브를 조정한다는 내용의 안내문./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제공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이유에 대해 서울시에서 만든 임시 택시 승차대 때문이란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는 지난 11월 심야 시간 주요집중 지역의 승차대기 발생을 완화하기 위해 택시업계와 협력해 대기 발생 예상지역 12곳에 임시 택시승차대를 설치했다. 문제는 임시 택시 승차대 12곳에만 택시업계가 인센티브를 주면서 그 이외 지역인 명동, 이태원 등에선 오히려 승차난이 평소보다 심하게 발생한 것이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택시 기사들에게 지난 11월 30일부터 오는 28일까지 4주간 강남역과 홍대입구역·종로2가·건대 입구·상암·여의도역·서울역·용산역·수서역 등 승차대기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12곳에서 승객을 태우면 인센티브를 최대 1만2000원까지 준다는 공지를 냈다. 임시 택시 승차대는 매주 목요일, 금요일 오후 11시 30분부터 익일 오전 1시 30까지 2시간 동안 운영된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임시승차대 안내 문자를 받은 서울 택시 기사들이 지난 22~25일 지정된 12곳 위주로 중점으로 움직여 다른 지역에 택시가 부족했을 수 있다”고 했다.

서울 택시조합은 승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 도로 현황 데이터를 활용해 택시 운행량을 늘리기보다 빈 차를 효율적으로 배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 택시조합 관계자는 “택시 운행량 추가 공급보다 빈 차들을 활용해 승객들에게 1:1 매칭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며 “승객 수요가 보장된 곳에 빈 택시를 배차해 승차난을 줄이려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