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는 음식점 주방에서 일하는 외국인을 쉽게 볼 수 있게 된다. 고용허가제로 국내에 입국하는 비전문 외국인력(E-9 비자)이 음식점에서도 일할 수 있도록 허용됐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절반 정도의 지역에 한정되고, 음식점은 5~7년 이상 운영을 한 이력이 있어야 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중구 노보텔앰배서더 동대문에서 열린 고용허가제(EPS) 귀국근로자 초청 행사에서 귀국근로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개최하고 고용허가제 외국인력 도입 규모와 신규 허용 업종에 관한 '2024년 외국인력 도입·운용 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내년 고용허가제 외국인력 도입 규모는 16만5000명이다. 올해(12만명)보다 4만5000명(37.5%) 늘었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일부 서비스업에서는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한 빈 일자리가 많아 외국인력 도입 요구가 거센 상황을 반영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9만5000명 ▲조선업 5000명 ▲농축산업 1만6000명 ▲어업 1만명 ▲건설업 6000명 ▲서비스업 1만3000명 ▲탄력배정 2만명이다. 내년부터는 음식점업과 임업, 광업 등 3개 업종도 고용허가제 인력을 고용할 수 있게 된다. 음식점업은 서비스업에, 임업은 농축산업에, 광업은 제조업에 포함돼 있다.

다만 음식점업 고용허가제 인력은 기초자치단체 98곳과 세종·제주 등 100개 지역에서 한식점업 주방보조 업무로 시범 도입한다. 허용 업체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업력 7년 이상, 5인 이상 사업장은 업력 5년 이상부터 고용할 수 있도록 제한을 뒀다. 5인 미만 사업장은 1명, 5인 이상 사업장은 최대 2명까지 고용할 수 있다.

기초자치단체는 총 226곳이어서 전국의 절반 정도 지역의 음식점에서 외국인 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셈이지만 지방에 따라 차이가 크다. 서울시와 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울산·세종·제주는 올해 7월 대구에 편입되 군위군을 제외하고 모든 구·군에서 고용허가제 인력을 쓸 수 있다.

그러나 경기는 수원·성남·고양, 충북은 청주·충주·제천, 충남은 천안·아산·서산, 전북은 전주·군산·익산, 전남은 여수·순천·목포, 경북은 포항·구미·경주, 경남은 창원·김해·진주, 강원은 원주·춘천·강릉에서만 가능하다.

정부는 음식점업은 휴업하거나 폐업하는 비율이 높아 일정 수준의 규모와 업력을 갖춘 사업장에 외국 인력을 허용하고, 전일제 고용을 원칙으로 하기로 했다. 또 내년 하반기에는 음식점 등 외국인력 고용관리 실태조사도 벌인다. 정부 관계자는 "음식점업은 고객 등 국민, 해당 업종에 근무 중인 근로자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관계부처 합동 시범사업 평가 등을 통해 추가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임업은 전국 산림사업법인과 산림용 종묘생산법인에서, 광업은 연간 생산량 15만t 이상의 금속·비금속 광산업체가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다. 음식점업은 내년 4월쯤부터, 임업·광업은 내년 7월쯤부터 외국 인력을 고용할 수 있다.

정부는 새롭게 고용허가가 확대되는 업종에 대해서는 업종별 협회 또는 자체 훈련기관을 통해 해당 업종에 특화된 직무교육 및 산업안전교육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외국인력 규모가 늘어남에 따라 외국인근로자의 원활한 정착과 사업장의 인력운용 애로 해소를 위한 체류관리와 지원 강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지역 인력수요에 맞추기 위해 공공기숙사 활용 지자체에 대한 선발 우대 등 다양한 지원책도 마련된다.

이밖에 기업에 외국인력 고용 직후 내국인근로자를 이직시킬 경우 향후 고용허가가 제한되는 사실을 적극 안내한다. 임금체불이나 노동관계법 위반·사망사고 등이 발생할 시 고용허가를 취소·제한 조치하는 등 사후관리가 강화된다.

외국인력정책위원회 위원장인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내년 외국인력(E-9) 도입규모 확대는 내국인이 기피하는 빈 일자리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외국인력 신속 도입과 함께 안정적인 정착 등 체류관리에도 만전을 기해달라"고 했다. 정부는 구인난이 심각한 업종에서 외국인력 추가 허용 요구가 제기되고 있어, 필요하면 12월 중에도 외국인력정책위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부는 외국인력정책위에 이어 외국인력 통합관리 추진 태스크포스(TF)도 개최했다. 법무부와 고용부 등 관계부처들은 외국인력 관련 의사결정 구조의 체계화, 공공형 도입플랫폼 구축, 외국인력 수급 전망 고도화 등 구체적인 관리방안을 논의했다. TF는 부처 간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 중 보다 합리적인 외국인력 관리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