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당초 내년도 예산안에 '0원' 반영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더불어민주당이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7000억원 넘게 증액했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이른바 '지역화폐'라고도 불린다. 대표적인 '이재명표 예산'으로 분류된다.
행안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에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7053억원을 증액하는 내용을 담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의결했다. 과반을 점한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했고, 예산 증액에 반대해 온 국민의힘 소속 행안위원들은 표결 강행에 반발하며 집단 퇴장했다.
행안위원장은 민주당 김교흥 의원이고, 22명의 행안위원은 민주당 11명, 국민의힘 2명, 기본소득당 1명(용혜인 의원), 무소속 1명(이성만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탈당한 민주당 출신 이성만 의원도 가세했다.
행안위가 의결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다만 예산 증액은 정부 동의가 필요해 여야 협상 과정에서 증액 여부와 규모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때 편성된 2022년도 예산에서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예산은 6053억원이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인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올해 예산안에는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전액 삭감했지만, 민주당이 강력하게 밀어붙여 3525억원 반영됐다. 전년보다 41.7% 감소한 규모다. 민주당이 행안위에서 밀어붙인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은 올해의 두 배 수준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경제성장률 3%를 회복해야 한다면서 "소득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이중지원 효과가 증명된 지역화폐를 통해 신속히 내수를 회복하고, 지역경제와 골목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예산 심의 과정에서 "지역화폐 예산을 증액하겠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을 의무화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예산 삭감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이 장관은 전날(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지역사랑상품권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많이 듣고 있다"면서도 "국비는 원칙에 따라서 (지원을) 그만 하고, 지자체 자율적 판단과 책임 하에 발행하는 것이 맞는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는 190개 지자체 중 국비 지원 여부와 상관 없이 지역 예산으로 발행하는 곳이 188개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도 언급했다.
지역 주민들이 지역사랑상품권을 이용하면 통상 10%의 이익을 본다. 소매점에서 1만원어치의 물품을 살 수 있는 1만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9000원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차액 1000원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보조한다. 정부 지원이 줄면 지자체 재원만으로 발행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했으나 야당과의 협의 끝에 절반 수준인 3525억원을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