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화재가 난 마장동 먹자골목 일대. /성동구

서울 성동구는 30일 지난해 화재를 겪은 마장동 먹자골목 업소들이 인근 ‘안심상가’로 이전해 다음 달 1일부터 영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마장동에 먹자골목이 형성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이 개최될 즈음이다. 당시 정부는 마장동에 있던 소 도축장 일대를 정리하는 정비사업 과정에서 서울시 주도로 청계천 인근 업소들을 성동구 마장동 437번지 일대로 이주시켰다. 이 과정에서 무허가 건물이 생겼고, 현재의 마장동 먹자골목이 형성돼 30년 넘게 영업을 이어왔다.

무허가 건물로 들어찬 골목은 항상 화재 위험이 있었고, 지난해 3월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골목 중간에 있는 업소의 전기시설에서 누전으로 시작됐고, 샌드위치 패널로 이어진 바로 옆 업소로 순식간에 번졌다. 33개 업소 중 11곳이 피해를 입었다.

불이 난 이후 인근 주민들은 무허가 업소를 정비하라고 요구했다. 장사를 하던 먹자골목 상인들은 이주 과정이 정당했고,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마장축산물시장 인근에 대체 상가를 물색했으나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고, 먹자골목 근처에 도시재생 거점시설로 지난해 3월준공된 서울시 소유의 ‘마장청계플랫폼 525′를 대체 상가로 활용하기로 했다. 성동구는 서울시와 1년여간 협의를 거쳐 지난 8월 시설 매입과 이전등기를 마쳤다.

2022년 3월 화재가 난 마장동 먹자골목 일대. /성동구

마장청계플랫폼 525는 성동구 안심상가로 탈바꿈했고, 11월부터 먹자골목 음식점 11곳이 이곳으로 이전해 영업을 시작한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65% 수준으로 5년 계약 후 재계약할 수 있다. 성동구는 남은 점포와 당장 이전을 하지 못하는 업소에 대해서도 안심상가 증축 등을 통해 공간을 확보해 이전하도록 할 방침이다. 먹자골목이 완전히 이전하면 현 부지는 도서관과 공원 등 주민 편의시설로 조성한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마장동 먹자골목 정비는 35년이 넘도록 국공유지를 무단 점유한 채 영업해 온 업소들이 영업할 대체 상가를 확보해 평화적으로 이전시킨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며 “이전하는 먹자골목 상인들이 조기에 정착해 과거의 명성을 되찾고 마장축산물시장과 상생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