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도 전 의원이 21일 별세했다./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1977년 고(故) 고상돈 대원(1948~1979) 등을 이끌고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산(8848m) 등정에 성공한 김영도 전 의원이 21일 별세했다. 향년 99세.

아시아산악연맹은 이날 김 전 의원이 오후 5시쯤 경기 의정부 자택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고인은 한국 산악계 원로로 꼽힌다. 1924년 10월 18일 평안북도 정주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평양고보,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중학생 때 일본의 오시마 료키치가 쓴 ‘산-연구와 수상’(1930, 이와나미서점)이라는 책을 접한 뒤 취미로 영어·일본어·독일어로 적힌 등산 서적을 읽었다. 6·25 전쟁 중 학도지원병으로 입대해 통역장교로 복무했다.

고인은 1956∼1963년 성동고 교사로 일한 뒤 1963년 민주공화당에 참여해 정치에 입문했다. 1973∼1979년 제9대 국회에서 유신정우회 소속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고인, 박상열 부대장, 고 고상돈 대원, 셰르파 사디앙 푸르바씨, 한상수 대원./연합뉴스

1971년 히말라야 로체샤르 원정(대장 박철암) 비용을 지원해 준 것을 계기로 1971∼1976년 대한산악연맹 부회장, 1976년 10월∼1980년 12월 제7대 회장을 지냈다.

고인은 대한산악연맹 회장이던 1977년 9월15일 한국 등반대(18명)를 이끌고 세계 8번째(국가 기준)로 에베레스트산 등정에 성공했다. 1977년은 한국이 처음으로 수출 100억불을 달성한 해였다.

저서로는 ‘나의 에베레스트’(1980), ‘우리는 산에 오르고 있는가’(1990), ‘산의 사상’(1995), ‘에베레스트 ‘77 우리가 오른 이야기’(1997), ‘우리는 왜 산에 오르는가’(2005), ‘서재의 등산가’(2020) 등이 있다.

대한산악연맹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2012년에 선정한 ‘대한산악연맹을 빛낸 50인’에 포함됐고, 별세 하루 전인 20일 울주국제산악영화제에서 특별공로상을 받았다. 고인은 건강상 이유로 불참해 아들이 대리수상했다.

지난해 10월 25일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열린 ‘마지막 강의’에서 “세상에 인간이 한번도 못 오른 ‘미답봉’은 남아있지 않지만 라인홀트 메스너는 ‘내가 못 오른 산이 미답봉’이라고 했다. 여러분의 마음속엔 여전히 ‘공백’이 남아있는 것이다”라며 “우리, 알피니스트는 고고하고 준엄한 대자연(을 즐길 수 있는)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