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5회 국제치안산업대전 국제CSI콘퍼런스에서 박미정 서울과학수사연구소 독성화학과장이 국내 마약 검열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최정석 기자

“신종 마약이 개발되는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반면에 그러한 신종 마약 성분을 머리카락, 소변과 같은 생체 시료에서 분석해내는 기술은 발전이 더딥니다. 우리가 기를 쓰고 1년간 노력해서 새로운 분석 기술을 만들면 마약상들이 해당 마약을 더이상 유통하질 않습니다.”

19일 제5회 국제치안산업대전 국제CSI콘퍼런스에서 박미정 서울과학수사연구소 독성화학과장은 “지금 한국은 마약과의 전쟁에서 조금씩 패배하고 있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경찰청과 인천시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행사는 지난 18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개막했으며 21일까지 진행한다.

최근 국내 마약 유통이 늘고 마약사범 숫자 또한 증가하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마약 감정량 또한 치솟고 있다. 이날 박 과장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4만3827건이었던 마약류 감정 의뢰 건수는 지난해 8만9033건으로 2배 넘에 늘었다.

현재 한국이 치르고 있는 마약과의 전쟁에서 국과수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경찰은 마약 관련 범죄 현장에서 모은 증거품, 혹은 피의자에게서 채취한 생체 시료를 국과수에 넘긴다. 이후 국과수가 성분 분석을 통해 마약을 검출해내야 범죄 사실이 입증된다.

임무가 막중함에도 국내 마약 감정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박 과장은 “현재 전국에서 마약 감정 업무를 하고 있는 직원은 고작 20명인데 여기서도 2명은 사람이 없는 탓에 급하게 지원을 나온 것”이라며 “2021년 기준 1인당 마약 감정 건수는 4785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최근 마약 남용 상황 특징으로는 청소년 마약 사범이 늘었다는 것, 그리고 병원에서 마약 혹은 마약류 의약품을 환자들이 쇼핑하듯 처방받아 쓰고 있다는 점”이라며 “다크웹이나 텔레그램을 통해 들어오는 마약은 그 경로를 추적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두 가지 이상의 마약을 섞어 쓰는 경우도 늘고 있다. 박 과장은 “소변 검사를 해보면 메스암페타민(필로폰)과 대마 성분이 같이 나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MDMA(엑스터시)와 케타민 성분이 함께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MDMA와 케타민은 나이대가 비교적 어린 마약사범들이 자주 투약하는 점 때문에 일명 ‘클럽 마약’이라고도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