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광주 남구 정율성거리에 조성된 정율성 흉상이 복원돼 있다. 해당 흉상은 지난 2일 보수계 전도사로 알려진 A씨가 밧줄을 묶은 뒤 차량으로 끌고 가는 방식으로 흉상을 훼손했다./뉴스1

광주광역시 남구가 ‘정율성 기념사업’을 계속 추진할지 주민 여론조사를 실시해 결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즉각 중단’을 권고했지만 이행하지 않고 일단 주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이다.

광주 남구는 17일 정율성 흉상 복원과 정율성로의 명칭, 정율성 전시관 등 3개 사업의 추진 여부를 주민 여론 조사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남구는 최근 2차례 한 보수 단체 회원이 정율성 흉상을 훼손하는 등 이념 갈등이 확산하는 현 상황을 막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세우지 않았다.

정율성(1914~1976)은 광주에서 태어나 중국으로 귀화한 음악가다. 그가 만든 ‘팔로군 행진곡’은 중국 군가로 지정됐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정율성에 대해 “직접 적군으로 남침에 참여해 대한민국 체제를 위협하는 데 앞장선 인물”이라고 했다.

정율성 기념사업은 그가 나고 자란 광주 남구와 동구, 전남 화순군에서 추진됐다. 광주 동구 불로동에는 논란이 된 정율성 역사공원이 조성되고 있다. 남구 양림동에는 ‘정율성로’와 ‘정율성 거리 전시관’이 조성돼 있다. 정율성로에 있는 정율성 흉상은 최근 보수단체 회원이 훼손했다. 정율성이 학교를 다닌 전남 화순군 능주면에는 전시관, 능주초등학교에는 흉상과 벽화 등이 있다.

국가보훈부와 행정안전부는 남구가 추진 중인 정율성 관련 기념 사업을 중단하고 시정하라고 권고했다. 전남 화순군은 능주초등학교 요청에 따라 관련 시설을 철거하기로 했다. 반면 광주시는 시정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