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서울지방경찰청 로고. /뉴스1

일선 경찰들이 직무를 막론하고 과도한 업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지구대·파출소에서 일하는 교대근무자들은 건강 문제가 생길 정도로 잦은 야간·휴일근무에 시달리고 있으나 그에 따른 수당은 턱없이 모자르다며 단체 행동에 나섰다. 지난 정부에서 강행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로 수사과 업무가 급증하자 수사과에서 일하기를 피하려는 분위기도 여전하다. 치안 유지와 범죄 수사라는 경찰의 두 역할이 모두 흔들리는 상황인 것이다.

18일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에 따르면 전국 지구대·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50명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세종시 인사혁신처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한다. 시위는 오는 22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경찰직협은 입장문에서 “경찰관들은 잦은 야간근무, 일반공무원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휴일근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럼에도 야간근무수당, 휴일근무수당은 턱없이 적거나 아예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는 경찰관들 생명을 갉아먹는 노동강도와 희생을 강요하고도 충분한 보상에는 관심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18일 오전 세종시 인사혁신처 앞에서 한 경찰관이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제공

이날 1인시위에 참여한 전 모(51) 경위는 “지난 29년간 교대근무를 서면서 수면장애, 불안장애를 얻었다”며 “교대근무에 시달리는 전국 경찰관들이 일은 일대로 하면서 돈은 일한 만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이 경찰직협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매년 68명의 현직 경찰관이 암이나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했다. 경찰직협은 그 주요한 원인이 잦은 야간·휴일근무라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이 장기적으로 치안 유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직협 관계자는 “일선 지구대·파출소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경찰관들 대부분이 수면장애, 불안장애, 공황장애 중 최소 한 가지는 앓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관할지역의 치안을 최전선에서 책임지는 지구대·파출소 인원들 몸상태가 계속해서 악화되면 자연스럽게 치안 유지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청이 본청과 국가수사본부, 시·도경찰청 등 내근 인력 1000∼2000여 명을 지구대·파출소에 재배치해 치안현장 인력을 늘리는 조직개편안을 발표했으나 현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수도권 파출소에 근무하는 A(35) 경장은 “전국에서 1000~2000명을 쥐어짜도 실제 지구대·파출소에 충원되는 인력은 정말 많아야 2~3명 수준일 것”이라며 “큰 의미가 있는 조치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전국 지구대·파출소 개수는 2043개다.

경찰 로고

평범한 직장인들처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게 돼있는 일근근무직 경찰들도 격무에 시달리긴 마찬가지다. 특히 2021년 ‘검수완박’ 명분으로 진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6대 사건(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을 제외한 고소·고발사건이 경찰에 집중되면서 수사과 업무가 폭증했다.

때문에 경찰 내 핵심 부서인 수사과는 ‘기피과’로 전락한 상황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본청과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에서 수사경과를 해제한 경찰관은 9726명에 달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한창이던 2021년에만 총 3664명이 수사 권한을 포기했다.

경찰들만 이용 가능한 블라인드 게시판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 경찰관은 수사과 업무 과중에 대해 “직원들 뼈와 살을 갈아넣어 꾸역꾸역 끌고가더니 결과는 이 모양”이라며 “영혼없는 지휘부는 제발 무리수를 그만 두시길”이라고 말했다. 다른 경찰관들도 “(수사권을) 그냥 원래대로 돌려 놔 주길”이라고 동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