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해 측과 피해 측이 화해하도록 중재하는 일을 맡으면서 악몽이 시작됐다. 피해 측은 왜 가해 학생에 더 강한 처벌을 하지 않냐며, 반면 가해 측은 우리 아이가 무슨 잘못을 했냐며 폭언이 섞인 문자를 계속 보내왔다. 학부모들이 수업시간에 교무실로 찾아와 '네 년이 그러고도 선생이냐' 소리지르며 위협하기도 했다. 19년동안 교직에 몸담았는데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40대 초등학교 교사 A씨가 7일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털어놓은 경험담이다. 이 일을 겪은 이후 A씨는 정신과에서 불면증 진단을 받았고 10개월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내가 담당하고 있는 학년에서 비슷한 이유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동료 교사만 서너명 정도"라며 "초·중·고 교사가 정신과 치료를 받는 일이 더는 특이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분별한 교권 침해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학생들이 교실에서 욕설을 하거나 같은 반 친구를 괴롭히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을 때 교사가 이를 저지하면 이후에 학부모들이 전화·문자로 항의하거나 생활지도를 방해하고 간섭하는 게 일상이 됐다.
교권 추락을 피부로 느끼는 건 교사들뿐만이 아니다. 서울에서 정신과 의원을 운영 중인 한 정신과 전문의는 "2~3년 전부터 초·중·고 교사 환자가 부쩍 늘었다"며 "절대다수가 학생, 학부모로부터 폭언과 욕설을 들은 사건을 계기로 불면증이나 우울증, 심하게는 공황장애 증상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환자들 양상 또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전북에 있는 병원에서 근무 중인 한 정신과 전문의는 "이전에 병원을 찾는 교사들은 대부분 한두번 상담을 받은 뒤에 다시 병원을 찾지 않는 단발성 환자들이었지만, 최근에는 적어도 3개월 이상 꾸준히 병원을 찾으며 단순 상담이 아니라 장기적 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10명 중 최소 5~6명 정도가 그런 (장기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라고 했다.
교사노조연맹이 지난 4월 20~28일까지 교사 1만1377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사 4명 중 1명(26.59%, 3025명)은 '교권 침해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학생 혹은 학부모에게 교권 침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교사들은 각각 70%(8008명), 68%(7791명) 수준이었다.
지난 7월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근무하던 2년차 교사가 빈 교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한 뒤 학교에서 발생하는 교권 침해가 연일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해당 설문조사는 서이초 사건이 발생하기 3개월 전에 진행됐다. 교사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상황을 단기적인 경향성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실질적인 교권 회복이 이뤄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 중인 교사는 "서이초 사건 이후에도 전반적인 상황은 그리 변한 게 없다"며 "일부 학생과 학부모는 여전히 문제적 행동을 벌여 일선 교사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교사의 정신건강은 개인 건강을 넘어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교사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고충을 상담하고, 심리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교실에서 선생님의 정신 건강이 위태로워지면 학생들도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