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한 뒤 독립해 취업을 준비하던 이모(28)씨는 최근 자취 생활을 마무리하고 경기 안양에 있는 부모님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식당 아르바이트로 버는 월급 90만원으로는 전세 대출 이자 등 50만원과 생활비 70만원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취업도 포기하고 무력하게 지낸다는 청년이 내가 될 줄은 몰랐다"며 "서울 체류 비용도 부담되고, 잠시 머리라도 식히려고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고 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회원들이 '대학생 2,076명 참여 등록금 및 생활비 인상 설문조사 결과 발표 및 생활고 증언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뉴스1

취업난과 고금리, 고물가에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 2030 청년들이 다시 부모님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취업에 성공한 청년조차 돈을 아끼기 위해 '캥거루족'을 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2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한국통계진흥원의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 비율은 57.5%였다. 이들 중 67.7%는 "아직 독립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그 이유로는 '경제적 여건을 갖추지 못해서'라는 응답이 56.6%로 가장 많았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2년차 직장인 김모(28)씨도 최근 전세로 살던 자취방 계약 연장을 포기했다. 지방에 살다 상경한 부모님과 고심 끝에 살림살이를 합치기로 한 것이다. 김씨는 "금리 인상 기조가 꺾일 조짐이 안 보인다"며 "변동금리로 받은 전세 대출 이자 부담이 크고, 여동생도 서울에서 자취 중이라 각자 혼자 살며 지출하는 식비도 부담돼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청년들이 독립을 포기하고 캥거루족을 택한 주된 이유는 물가상승과 고금리다. 올해 8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3.1로 전월대비 0.1포인트(P) 하락해 체감물가가 악화되고 있다. 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4일 금리 인하 가능성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등 고금리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도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부모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자녀가 결혼 적령기에 이르러도 경제적으로 자립할 준비가 되지 않아 안타까우면서도 장래가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했지만, 3년째 취업을 하지 못한 자녀와 거주 중인 박모(56)씨는 "올해로 28살인 둘째 아들이 중등임용고시에 3차례 도전했지만, 합격에 실패했다"며 "1~2 차례 불합격했을 때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이제 아예 임용고시 자체를 포기한 것 같은 아들의 모습을 보면 답답하다. 저출산으로 임용 인원도 갈수록 주는데 불안감도 배가 되는 중"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취업난과 고금리, 고물가 기조에 청년 세대가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경향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금리로 인한 전세 대출 이자 부담과 집값 상승 등의 요인으로 청년들이 부모와 함께 살길 택하는 것"이라며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취업을 포기하는 청년 세대가 증가하면 소득 감소로 인한 내수 침체와 세수 감소 등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