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박스 안에서 혼자 노래를 부르다니 (한국인들이) 신기하다!”

8일 오후 6시쯤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먹자골목에 위치한 코인노래방 내부를 신기한 눈으로 이리저리 뜯어보던 스위스 국적의 잼버리 단원인 로라 양(16)이 함께 있던 또래 대원에게 말했다. 잼버리 스카우트 단원 생활이 7~8년 차인 이들은 이날 태풍 ‘카눈’ 영향으로 새만금에서 철수해 한국외대 기숙사에 입소했다. 저녁 자유시간을 틈타 친한 대원 6명이 함께 인근 나들이에 나섰다.

이들은 길거리를 자유분방하게 걸어 다니며 늘어선 가게를 구경하다 기자에게 “이 가게는 뭐 하는 곳이냐”며 즉흥 가이드를 요청하기도 했다. 로라 양의 눈길을 끈 매장은 셀프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인생네컷’이었다. 촬영을 권유하자 이들은 “더워서 못생겨져서 안된다”며 거절하고, 한국을 떠나기 전엔 꼭 인생네컷 사진을 찍겠다며 웃었다.

로라 양 일행은 최근 10~20대들이 즐겨 먹는 먹거리인 탕후루(과일에 시럽처럼 녹인 설탕을 바른 것) 가게에서 딸기 탕후루를 주문하기도 했다. 리안(15)양은 “야영지에 있을 때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며 “스위스는 일 년에 2~3일만 덥다 느낄 정도로 한국과는 다른 기후라 힘들었는데 더운 날씨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즐거움을 찾으려고 대원들과 노력 중이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으로 북상 중인 태풍 카눈 영향으로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잼버리)’ 대원들이 전북 부안 새만금 대회장에서 조기 퇴영해 수도권으로 이동한 후 예기치 못한 서울 일정을 각자의 방식으로 즐기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이들은 새만금에서의 일정을 모두 소화하지 못해 아쉬워하면서도 정부와 지자체가 숙소로 마련한 대학교 인근 상권을 돌아다니며 한국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1~2010년생)의 놀이 문화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체험했다.

8일 오후 3시 50분쯤 서울시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에 도착한 스위스 잼버리 대원들이 버스에서 짐을 내리고 있다. /강정아 기자

◇ “새만금 일찍 떠나 아쉽지만 인생은 원래 그런 것”

일찌감치 철수해 서울 생활을 먼저 즐기고 있는 영국 대원 80여 명은 이날 오후 7시부터 홍대 상상마당 앞에서 거리 공연(버스킹)에 나섰다. 본인들의 요청에 따라 하게 됐다고 한다. 첫 번째 공연자인 에드워드(18)군은 열창한 후에 “일찍 새만금을 떠나게 돼 아쉽지만, 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라면서 “그래도 한국을 즐기고 있다. 너무 멋있는 곳이다. 남은 기간도 즐기고 가려고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영국 잼버리 대원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틀고 말춤을 춰 현장에서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영국 대원들의 버스킹을 지켜본 관객 이 모 (26) 씨는 “새만금에서 더위로 힘들었다고 들었는데 (서울에서) 하고 싶은 것을 다 즐기다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잼버리에 청소년과 인솔자를 포함해 4000여명이 한국에 온 최대 참가국인 영국은 폭염으로 인한 안전상의 우려 등을 이유로 지난 4일 야영장 철수를 결정하고, 5일부터 서울 호텔로 이동해 조기 철수를 결정했다.

8일 오후 8시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에 참가했던 영국 대원들이 서울 마포구 홍대 KT&G 상상마당 앞에 세워진 버스킹 무대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 /전병수 기자

정부가 잼버리 대원의 숙소로 긴급 마련한 수도권 대학교 캠퍼스 투어에 나선 이들도 있었다. 성균관대에서 만난 스위스 유닛 리더인 해리(22) 씨는 “이동 시간이 길어 다들 지쳤지만, 학교에서 기숙사를 제공해 줘서 감사하다”면서 “다들 한국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 참여 의사가 강하다. 이곳 대학 캠퍼스도 나무가 많고 건물도 예뻐 구경하기 좋다”고 말했다.

◇ “한국 문화 체험 기대돼” 서울시, 잼버리 전담지원단 파견

잼버리 대원들은 태풍을 피해 새만금에서 철수한 것에 안심하면서 향후 서울 일정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특히 11일에 열리는 K팝 콘서트에 관심이 몰렸다. 아눅 후버(17) 양은 “생애 처음 잼버리라 설렌다. 태풍이 온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서울에 오게 되서 안심이 된다”면서 “서울에서의 잼버리도 신난다. 3일 동안 관광이나 프로그램을 할 거라고 들었는데 기대된다”고 말했다.

코라야 (23) 씨는 “어떤 한국 문화를 체험하게 될지 궁금하고 기대된다”며 “가족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나머지 일정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텝으로 일하는 리나(22) 씨도 “한국에서 관광이나 레저 프로그램을 준비해 준다고 하는데 너무 감사하다”면서 “재밌게 즐기고 싶다. 11일에 있을 K팝 콘서트가 너무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잼버리 대원들 숙소로 선정된 13개 시설에 시설별 ‘전담지원단’을 파견, 입소 대원들의 안전과 건강,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총 12명이 24시간 근무하면서 입소자 관리·물품 및 식사 지원, 상황 관리, 문화·관광 프로그램 안내와 의료 지원 등의 역할을 맡는다.